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2일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와 함께 전주 덕진 체련공원에서 열린 정동영 후보를 비롯한 전북 지역 출마 후보자 합동 연설장을 찾아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혜란 기자]
(아주경제=전주·익산) 김혜란 기자 =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부는 반문(반문재인) 바람을 타고 호남 표심 공략에 나섰다.
호남을 찾은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와 천정배 공동대표는 2일 호남의 반문 정서를 파고들었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에게 표를 몰아줬지만, 호남 인사를 배제하고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만 강화시켰다는 점을 부각하며 친노·주류에 반감을 가진 호남 민심을 자극하는 전략이다. 또 야권발 정계 개편의 중심에 서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며 호남 유권자를 설득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이날 전북 전주시 덕진체련공원에서 열린 전북 후보자 합동 유세 연설에서 "국민의당이 만들어지면서 여야 모두 변화와 혁신 내걸고 있지만 참혹한 공천 학살만 진행됐다"면서 "남은 것은 대통령 한 사람을 위한 정당과 대통령 후보 한사람만을 위한 정당"이라고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안 대표는 특히 호남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 중인 더민주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더민주를 겨냥해 "그 사람들에겐 철벽같은 새누리당 세력을 깨고 반드시 정권을 되찾아오겠다는 의지도 능력도 없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에 겁먹어 이길 생각도 못하는 더민주 대신에 저희 국민의당이 새누리당 세력을 깨고 수권 세력을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호남 유권자를 향해 "반드시 야당을 바꾸고 정치를 바꾸겠다"면서 "이제 시작한 정치 혁명의 불씨를 거대한 불길로 만들어갈 수 있도록 저희 국민의당에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천정배 공동대표도 "이번 선거는 이 나라의 패권·특권세력인 새누리당을 심판함과 동시에 야권의 친문(친문재인)·패권을 청산하는 선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난 2012년 대선으로 그 세력(친문 세력)의 한계가 드러났다"며 "우리 국민을 설득할 국가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고 많은 국민을 감싸 안기보다 심지어 자기 당원조차도 제대로 안지 못하는 폐쇄적 패권주의 때문에 정권을 잡지 못했다. 또 호남에서 표를 받아갔지만 상응한 대접은 안했다"고 비판했다.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정체성도 공격 대상이었다. 천 대표는 "(더민주가) 김 대표를 모셔왔지만 그것은 우리 야당의 정체성과 정통성만 망가뜨렸고 이번 공천 결과 '문재인 키즈' 즉 친문세력이 더 강화됐다"고 맹비난했다.
천 대표는 이후 익산 지역구 지원 유세에 나서서도 "내년 12월 대선에선 정권 교체를 반드시 이룩해야 한다"며 "그 정권교체가 호남의 희생 하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호남을 외면당하거나 차별받는 정권교체도 아니다. 우리 호남도 다른 지역 사람과 평등하게 대접받고 호남의 아들·딸, 손자·손녀도 정당한 기회를 가지고 살 수 있는 그런 정권교체 꼭 이뤄야 한다"면서 이를 '호남 주도의 정권교체'라고 명명했다. 그는 "이번 총선은 호남 주도의 정권 교체 기틀을 다지는 선거"라고도 했다.
수도권에선 야권 분열로 새누리당이 어부지리 승리를 안겨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번지고 있다. 그러나 호남은 달랐다. 더민주와의 1대1 구도인 데다 국민의당 당세가 강한 호남 유권자 앞에 선 국민의당 지도부는 반문 바람 속에 기세등등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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