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신희강 기자 =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심사가 장기화되면서 4·13 총선 이후로 결과가 미뤄질 전망이다. 길어지는 정부 심사에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눈치보기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일 SK텔레콤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합병기일을 당초 4월 1일에서 '미정'으로 정정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보고서가 늦춰진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공정위의 심사 일정은 3월 말까지 완료될 것이라는 예상이 높았지만, 자료 보정 등으로 일정이 늦춰진 상태다.
공정위는 기업결합심사의 기초단계인 '시장 구역 획정'을 비롯해 사업분야의 '결합상품' 등을 놓고 고심하면서 자료 보완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적으로 자료 보정 명령이 심사 기한(120일)과 별도로 요청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검토 기간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 공정위는 과거 롯데의 CS유통 등 승인 과정에서 심사가 6개월 이상 걸린 바 있다.
이번 M&A에서도 공정위의 심사가 길어지면서 인수 결과의 향방 또한 가늠키 어려워졌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공정위의 심사결과를 토대로 방송통신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M&A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다.
하지만 미래부 역시 M&A 심사를 담당할 심사위와 자문단을 구성하지도 못한 상태다. 설사 공정위의 심사보고서가 나온다쳐도 의견접수, 전원회의 개최 등을 고려하면 최소 2~3주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일정들을 감안했을 때 M&A 승인 여부는 4·13 총선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련 업계에서는 정부가 총선을 의식해 결정을 미룬다는 해석에 무게추를 두고 있다.
통합방송법 개정안 처리가 총선 이후 국회에서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이번 M&A건이 통합방송법 적용을 받게 되면 심사에 영향을 끼친다는 해석이다.
전문가들은 M&A를 둘러싼 이통사간의 경쟁이 극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중재 역할이 실종됐다고 지적한다. 실제 이통사들은 본연의 서비스 경쟁은 뒤로한 채 연일 비판 자료를 내면서 흠집내기에 열중인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신속하게 M&A 관련 사안을 정리하고 이통사들의 건전한 경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치권에 편승해 민감하고 중요한 정책 사안들이 더는 미뤄져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CJ헬로비전M&A 공청회에 참가했던 한 전문가는 "정부가 정치권에 휘둘려 추진해야 할 정책들이 줄줄이 연기되고 있다"면서 "사회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정책 사안들을 투명하고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국책연구기관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표한 ‘2015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 보고서가 업계의 혼란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SK텔레콤의 이통시장 지배력 전이를 놓고 "상반된 시각이 존재하며,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어정쩡한 답변을 내왔기 때문이다.
이에 관련 업계에서는 KISDI가 모호한 결론으로 업계의 싸움을 부추기고, 논란을 조장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M&A 주체심사인 미래부와 방통위, 공정위 역시 책임을 뒤로 미루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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