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소위 잘 나가는 대기업에서 능력을 인정받던 한 직원이 갑자기 창업하겠다며 사표를 던졌다.
어느 스타트업이건 마찬가지지만 이후 그는 수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직원들과 함께 사무실에서 숙식하고, 다양한 기업들을 찾아다니며 영업을 했다. 하지만 회사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고 투자금도 남아있지 않을 만큼 위기 상황에 몰렸다. 그를 직장 초년생 시절부터 알고 지냈던 기자였지만 도와줄 수 있는 건 거의 없었다. 가끔 얼굴 볼 때마다 “1년 만 더 버텨라”라는 정도의 격려의 말을 건낼 뿐이었다.
그랬던 그가 어느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트럭을 타고가 물건을 등에 짊어지고 고객에게 배달하는 자신의 모습을 올렸다. 그가 사업을 시작한지 그런 사진을 올린 것은 처음이었다. 사진 아래에는 "의미 있는 경험이었으며 자신을 되돌아본 값진 시간이었다"고 적혀있었다. 사업이 고객에 대한 헌신이며, 이는 대표와 직원이 함께 이뤄내야 하는 이상이라는 것을 드디어 깨닫게 된 것이다.
물론 이런 말은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선배나 동료들로부터 많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을게다. 의욕이 앞섰고, 지향하는 손가락은 저 높은 곳을 향했을 것이다. 그러던 그가 수 년 간의 시행착오 끝에 그 교훈을 몸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현재 그가 일궈낸 회사는 국내 굴지의 벤처기업에 인수됐으며 그는 여전히 대표이사의 직함을 갖고 경영을 하고 있다. 모회사의 든든한 지원을 받아 가슴에 품어왔던 더 큰 미래를 위해 뛰고 있다.
언론이나 경제단체는 물론, 정치권과 정부 관료들도 창업자들의 기업가정신을 이어받아야 한다며 다양한 방법으로 창업자들의 성공 방정식을 풀어서 설명한다. 하지만 젊은이들은 이들의 삶이 던지는 교훈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세대 차이보다 더한 세대간 단절에서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한국경제의 모순과 비리를 접하면서 좌절과 불안함에 더 익숙해진 젊은이들에게 무조건적인 희생을 동반한 기업가 정신을 가지라고 요구만 하는 것은 어른들의 입장에서만 바라본, 그들을 향한 또 다른 강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또한 그들의 눈높이에 맞춘, 그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릴 수 있는, 그들이 노력하면 정상의 오를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을 줄 수 있는, 롤 모델 기업가를 찾기도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아주경제신문이 2016년을 맞아 진행하고 있는 기획 연재 ‘100人100言’는 기업가들이 일궈낸 도전정신을 젊은이들이 새 시대에 걸맞게 재해석하고, 이를 실천함으로써 한국경제에 새로운 희망이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아산의 교훈을 바탕으로 성공한 젊은 기업가도 있는 반면, ‘100人100言’을 접한 젊은이들로부터 어렵다는 충고도 받고 있다. 표현상의 능력부족으로 인해 본래의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인지 하는 반성과 함께 감동적인 이야기를 어떻게 전달해줘야 할지에 대한 기자의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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