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정하 기자 = SK그룹 계열사인 SK증권이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에 반대하는 진영의 논리를 펼치며 합병후 시너지 효과를 설명해 논란이 예상된다.
SK증권은 CJ헬로비전 투자를 권하면서 M&A가 성사되면, 유료방송 시장 경쟁이 완화로 가입자 1인당 평균 매출(ARPU) 및 결합상품 판매가 늘 것으로 봤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증권은 지난 1일 '무엇이 좋아지는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정부에서 심사 중인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M&A가 승인된다면 합병법인에 긍정적이라 판단한다"고 밝혔다.
SK증권은 두 회사가 합병하면 유료방송 시장에서 KT그룹(KT·KT스카이라이프)을 바짝 추격하면 사업자 간 경쟁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방송법은 한 사업자의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이 33.3%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합병법인의 점유율이 26.5%로 KT그룹(30.0%)과 비슷하게 상한선에 가까워져 경쟁할 여지가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SK증권은 "KT그룹과 SK그룹이 각각 높은 점유율로 가입자 모집 한도가 얼마 남지 않아 가입자 모집 경쟁의 강도가 완화될 것"이라며 "가입자 획득 비용(SAC)도 절감할 수 있다"고 전했다.
소비자 유치 경쟁이 줄어들면 기업이 서비스 질을 개선할 유인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SK증권은 합병법인이 시장 경쟁 완화 분위기 속에서 아날로그 케이블TV 가입자를 디지털로 전환하는 데 집중, 마케팅 비용을 아끼고 ARPU를 높일 것으로 전망했다.
사업자 입장에서 ARPU가 오른다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요금 부담이 커진다는 것과도 같은 의미다.
SK증권은 "SK텔레콤과의 이동통신 결합을 통해 아날로그 가입자를 디지털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동통신, TV, 초고속인터넷을 결합하면 TV 부분의 ARPU가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SK증권의 이같은 분석은 그간 SK텔레콤이 내세운 M&A의 명분과 큰 차이가 있다. 오히려 M&A에 사활을 걸고 반대해온 KT·LG유플러스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실제 SK텔레콤이 지난 1일 보도자료에서 "CJ헬로비전 M&A는 KT가 독주하던 유료방송 시장의 경쟁을 활성화해 사업자 간 경쟁을 촉진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며 "M&A 후 IPTV, 케이블TV 등 유료방송 요금 인상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KT는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의 케이블TV 가입자를 대상으로 유·무선 결합상품 판매를 통해 가입자를 확대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요금 인상 가능성이 크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지적해 왔다.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IR과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PR의 메시지는 서로 목적하는 바가 달라서 종종 부조화를 이룰 수도 있다. 그러나 SK그룹이 정부의 M&A 심사를 무사히 통과하기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시기에 그룹 내 불협화음은 치명적인 실수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SK증권의 지적에 정직한 기업상이라도 줘야 하는 게 아니야"며 "규제기관은 심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 명확히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있는 반면 시장에서 이런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게 다행"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