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에 밀린 민생사업]항공 MRO 사업, 기업보다 더 거센 지자체간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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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4-03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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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거 후 실세 정치인 지역 선정, 최악은 지자체별 분리 소문 돌아

  • SKT-CJ헬로비전 M&A 승인, 새 국회출범해도 쉽지 않을 듯

  • 면세점 추가는 수면아래 잠잠, 업계는 답답

아주경제 채명석·신희강·이소현 기자 = '총선 블랙홀'이 기업들의 투자를 삼켜버리고 있다. 선거 정국에 맞물려 연간 3조원 규모 시장으로 성장한 항공정비(MRO) 사업 단지 선정을 비롯해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심사 결과 발표, 면세점 제도 개편안 등이 줄줄이 차질.지연사태를 빚고 있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국토교통부가 MRO 산업 맞춤형 지원계획을 발표하며 본격화 된 MRO단지 선정사업은 국토부가 총선 이후 지방자치단체와 MRO 사업자들에게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상태다.
현재 충북 청주시는 아시아나항공과 손을 잡았고, 경남 사천시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함께 유치전에 뛰어든 상태다.

문제는 시기가 총선 기간과 겹치면서 MRO 단지 유치전이 정치적 사안이 됐다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과 KAI 입장에서는 사업 확대를 위해 반드시 유치에 성공해야 되지만, 청주시나 사천시 역시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해 양보할 수 없는 문제다.

이러다보니 양 지역 국회의원 후보들이 앞다퉈 MRO 산업 유치를 선고공약으로 내놓으면서 경쟁은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총선 이후 사업역량 평가보다 실세 국회의원이 당선된 지역으로 부지가 선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최악의 경우 MRO 사업부문을 분리시켜 사천은 기체정비, 청주는 부품정비, 인천은 엔진정비 등으로 몫을 나누는 결과까지 나올 수 있다고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이럴 경우 해외 업체와의 원가 경쟁에 밀리게 돼 국내 MRO 유치 의미가 없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심사 결과 발표도 총선 이후로 미뤄질 전망이다.

SK텔레콤은 지난달 31일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합병기일을 당초 4월 1일에서 ‘미정’으로 정정했다고 공시했다.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보고서가 늦춰진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공정위의 심사 일정은 지난달 말까지 완료될 것이라는 예상이 높았지만, 자료 보정 등으로 일정이 늦춰진 상태다.

미래창조과학부 또한 M&A 심사를 담당할 심사위와 자문단을 구성하지도 못한 상태다. 공정위의 심사보고서가 나온다해도 의견접수, 전원회의 개최 등을 고려하면 최소 2~3주의 시간이 필요하다. 섣불리 합병을 승인할 경우 재벌에 대한 또 다른 특혜라는 비난을 안기엔 너무 큰 부담이 되고 있다. KT와 LG U+ 등 경쟁사의 반발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총선 이후 20대 국회 미래창조과학통신위원회(미방위)가 새로 구성되면 정부 심사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합병 승인은 더 늦어질 수 있다. 이래저래 SK텔레콤으로서는 속만 타들어가고 있다.

지난해부터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면세점 제도 개편안도 총선 기간에 돌입하자 갑자기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정부는 애초 지난달 말까지 정부 정책을 공개하기로 했는데 서울시내 신규면세점을 추가 허용 여부 등 민감한 내용은 논의대상에서 쏙 빠졌다. 이 또한 “재벌간 밥그릇 싸움이다”, “명품 브랜드 유치에만 혈안이 되어 국내제품은 외면당할 것”이라며 대기업의 주머니만 키워주는 겻이라는 야당측의 주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은 뭐라 말할 입장이 못 된다”면서도 “일단 총선이 끝난 뒤에야 상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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