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신희강·이소현 기자 = 최근 대기업 대관 업무 담당자들은 국회가 있는 여의도 대신 사업장이 소재한 지역에 주로 머물고 있다. 현지에서 선거 유세를 돌고 있는 국회의원 후보들의 동정과 민심을 파악해 본사에 보고하기 위해서다.
A기업 대관 업무 담당자도 선거가 끝날 때까지 사업장이 소재한 지역으로 자주 내려가고, 때론 현지에서 먹고 자야 할 형편이다. 그는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아무래도 누가 후보가 되느냐에 따라 회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사업장 직원을 활용해도 되지만 아무래도 중앙 정치권력과의 연결고리를 잘 모르니 서울에서 내려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선거 때문에 지체되고 있는 사업 현안이 있느냐는 질문에 웃으며 “알려주면 해결되겠냐?”고 반문한 그는 “후보들의 공약을 들어보면 지역 기업들에 대한 정책을 언급하는데, 우리에게 일자리를 늘리라, 투자를 늘려라, 사회공헌을 늘려라 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규제를 없애주겠다는 구호는 있지만 어떤 걸 해결해 주겠다는 구체적인 언급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철이면 모든 기업들은 일단 조용히 판세만 지켜본다. 어떤 기업은 국회의 관심이 덜한 지금이 기회라고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 시기에 투자 승인이나 새 정책 건의 등 현안이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는 포기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복수의 정부부처, 중앙과 지방자치단체, 지자체들 간 이해관계가 얽힌 투자 승인 업무는 더욱 그렇다. 기존과 다른 색깔의 국회의원이 당선됐을 때 벌어질 수 있는 후폭풍 때문에 공무원들이 스스로 몸을 사리기 때문이다. 항공정비(MRO) 사업 단지 선정,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심사, 면세점 사업자 추가 선정 등은 그나마 이슈라도 돼 공론화 되고 있는 과제도 해결을 못 보고 있는데, 허가·승인 등 일반적인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갖가지 기본 규제철폐는 해결이 난망하다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민간 싱크탱크인 한국경제연구원은 주요기업 및 경제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기업(영업)활동부담 경감분야 △투자·고용창출 촉진분야 △기술융복합·신기술 개발분야 △신사업진출·영업범위 확대분야 △기업구조개혁 원활화분야 등 규제개혁이 시급한 250개의 규제개혁과제를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등 관련부처에 건의할 예정이다. 지난해 대통령이 나서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평가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급한 과제 수가 250개에 달한다. 그런데 과제의 상당 비중이 되풀이되는 해결되지 않고 있거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해 과거의 법적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들이라는 게 더 문제라는 지적이다.
재계는 현재 국회계류중인 5개 노동개혁법안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 등 경제활성화 관련 12개 법률안의 처리, 개정효과가 미흡한 기업활력제고법, 관광진흥법 등의 재개정 등을 19대 국회 내에서 처리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19대 국회 종료 전까지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며 여야 의원 13명이 공동발의한 ‘규제프리존 특별법’도 통과도 쉽지 않아 보인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규제혁신의 완결판이라고 불리는 규제프리존 특별법은 서울을 제외한 전국 14개 시·도에 드론·사물인터넷 등 총 27개 전략사업을 선정, 관련 규제를 철폐해 외국의 경제특구 수준으로 최적화된 신산업 육성 환경을 만드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경제계가 주장하는 규제 문제를 상당부분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되는 규제프리존 특별법은, 그러나 벌써부터 자기 지역의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졸속발의라 주장하는 일부 지자체들이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3월말 까지 내놓기로 한 청년·여성일자리 대책도 4월 말로 미뤄졌다. 야당이 청년실업자 현금지원, 청년고용할당제 민간 확대 및 비율 상향 조정 등 일자리 대책을 총선공약으로 내놓은 상태라 선거 후에도 발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B기업 고위 관계자는 “정보를 취합해 본 결과 19대보다 20대 국회의원들의 기업에 대한 반감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와 더 우려스럽다. 현 정부에 대한 공세로 기업을 더 세게 물고 늘어질 것이라는 것이다”며 “기업 활동을 더욱 위축시키는 결과를 몰고가서는 안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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