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더 큰 문제는 재원이야”
여야가 4.13 총선을 앞두고 선거전에 돌입하면서 경제 정책공약 대결도 한층 불 붙고 있다. 여야 모두 일자리 창출을 공통분모로 한 ‘경제 문제’를 앞세워 정당별로 차별화된 정책으로 승부수를 띄울 셈이다.
이는 전통적인 지지층을 지키는 동시에 중도층과 무당파를 최대한 확보, 상대 지지층까지 일부 끌어들이는 데 ‘경제’ 만큼 좋은 소재가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각 당이 내세우는 경제공약을 현실화 할 재원 마련은 구체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국민의당은 안철수 공동대표가 ‘벤처 신화’의 주인공인 만큼, ICT(정보통신산업)·생명과학 등 미래형 신성장산업 육성과 ‘공정 성장론’을 제시하고 있다. 정의당은 ‘복지와 재벌·조세 개혁’을 앞세워 서민들이 잘사는 경제 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다.
◆ 강봉균표 ‘한국형 양적완화’ 논란 분분
새누리당은 강봉균 선대위원장이 앞세운 ‘한국형 양적완화’주장으로, 경제이슈는 야당보다 일찌감치 선점했다.
미국, 일본 등에서 실행되고 있는 양적완화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 위기를 겪은 국가들이 금리를 0% 수준까지 내릴만큼 내렸는데도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중앙은행이 직접 국채나 회사채 등 채권을 사들여 돈을 푼 것이다.
한국형 양적 완화 또한 한국은행(한은)이 직접 산업은행이 발행하는 산업금융채권(산금채)을 직접 인수해주고 주택금융공사의 주택담보대출(MBS) 증권을 매입해 20년 장기 분할상환으로 바꾸도록 한 것이다.
다만 그 현실성을 두고는 논란이 분분하다. 당이 앞세운 경제공약 핵심이‘기업투자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다 보니, 양적완화가 해법인 양 정작 실행 주체인 한은 등의 입장은 부정적인 것이 문제다. 야당은 “이미 일본 등에서 실패한 정책”이라는 날선 비판을 제기한다.
전문가들의 입장도 엇갈린다. 찬성하는 쪽은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침체를 해결하려면 양적완화가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금리조정을 통한 통화정책의 효과가 제한되고 있지만, 경기 활성화를 위해 보다 선제적인 통화 완화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이미 돈이 풀릴대로 풀렸지만 경기부양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는 가운데 금융시장 충격 등의 리스크를 안고 양적완화 도입은 심각한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연 1.50%의 금리수준으로, 아직 인하여력이 남아있다는 점도 고려할 문제라는 것도 반대의 한 이유다.
◆ 문제는 ‘재원’, 해법은 ‘모르쇠’
양적완화 논란 못지 않게 재원마련 문제 또한 이번 총선 경제공약에서 짚어볼 대목이다. 각 당이 보여주기식 ‘경제공약’은 열일 쏟아내면서도 재원 마련이 불투명한 점은 역시나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경제공약 실천을 위해 박근혜 정부의‘증세 없는 세입’ 기조를 유지하되 향후 4년간 4조3000억원으로 이행하겠다며 규모는 밝힌 상태다. 다만 개별 공약에 대한 재정 설계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더민주는 “5년간 총 147조9000억원이 필요하다”며 국민연금기금을 매년 10조원씩 활용, 50조원 확보를 전제 조건으로 내세웠다. 기업의 양보와 정부의 결단,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야당의 힘으론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총선에 이어 대선으로 이어지는 선거 정국에서 여야 모두 경쟁적으로 ‘아몰랑식 공약’만 난무하고 있는 셈이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국가부채 600조원 시대에 유권자들이 나라 곳간을 감시하지 않으면 결국 혈세를 내는 국민의 손해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며 유권자들이 실현 가능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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