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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지컬 마타하리, “사랑에만 빠진 스파이……입체적 캐릭터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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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4-04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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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


아주경제 장윤정 기자 = 올해 최고의 뮤지컬 기대작 ‘마타하리’가 베일을 벗었다.

태생부터 국내 창작뮤지컬로 세계를 겨냥한, 스케일이 다른 작품이기 때문이다. 직접 만나본 뮤지컬 마타하리의 실체는 ‘무난하다’.

그간 창작뮤지컬이 가져 온 한계를 벗어나 빼어난 무대와 화려한 의상, 무난한 뮤지컬 넘버, 훌륭한 배우들의 조합으로 정말 ‘무난한’ 뮤지컬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밋밋한 스토리라인이 아쉽다. 이중스파이라는 매력적인 소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긴장감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4일간의 프리뷰를 마치고 지난 29일 막을 연 ‘마타하리’(6월 12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는 올해 한국 뮤지컬계가 가장 주목하는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몇 년간 한국 뮤지컬계에 유럽 뮤지컬 붐을 일으킨 EMK뮤지컬컴퍼니가 ‘지킬 앤 하이드’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 등 브로드웨이 크리에이티브팀과 손잡고 3년간 개발해 온 작품이기 때문이다. 해외 진출까지 염두에 두고 개발부터 초연 공연까지 모두 합한 제작비가 무려 125억원에 달하는 등 한국 창작뮤지컬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가 이뤄졌다.

많은 공을 들인 작품답게 뮤지컬 ‘마타하리’는 국내 초연 뮤지컬이 맞나 의심이 갈 정도로 잘 뽑아낸 뮤지컬이다. 특히 무대가 압도적이다. 제작비의 80%를 무대에 쏟아 부었다는 뒷이야기가 오갈 정도로 무대에 공을 들였다는 말은 들었지만 실제 눈으로 확인하니 놀랍다.
 

[사진=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


마타하리의 사형으로 시작되는 첫 장면에서 물랑루즈의 화려한 쇼, 아르망과 마타하리가 만나는 세느강변의 다리, 전장과 일상을 오가는 장면 전환, 날아오르는 아르망의 비행기, 마타하리가 아르망을 만나기 위해 몸을 싣는 기차와 독일의 병원, 마타하리의 재판 장면까지 과연 무대가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로, 영화 이상 가는 다채로운 장면 전환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숱한 뮤지컬을 봐왔지만 이렇게 다양한 장면 전환이 시도된 무대 배경은 처음이다. 360도 회전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무대 장면뿐만 아니라 수직, 평면을 입체적으로 활용한 무대 감각이 뛰어나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할 지경이다. 하지만 다채로운 무대 배경이 활용됐으나 뇌리에 남는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쉽다.

주인공 마타하리는 팜므파탈의 이중스파이다. 매혹적이고 치명적인 스파이라는 색다른 캐릭터를 사랑에 죽고 사는 지고지순한 순정녀로 둔갑시켜 버렸다. 그녀가 이중스파이라는 누명을 쓰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비행기사고 후 독일의 포로로 잡혀있는 연인 아르망을 만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독일 국경을 넘었기 때문이었다고 해도 3시간이라는 긴 러닝타임 내내 아르망의 사랑을 갈구하는 마타하리의 모습은 팜므파탈의 이중스파이와 거리가 멀다.

라두 대령의 캐릭터 표현도 아쉽다. 마타하리를 이용하려 하다가 오히려 그녀에게 빠져버린 라두 대령을 차라리 더 집착하고 광기에 어린 모습으로 표현했다면 어땠을까. 마타하리에 빠진 것도 아니고 조국을 지키려는 애국자도 아닌 어정쩡한 라두 대령의 모습에서 스토리 라인은 더 길을 잃고 헤맨다.
 

[사진=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


차라리 마타하리의 과거를 설명하는 임춘길이 맡은 MC를 적극 활용해 마타하리와 아르망에 사랑에 빠지고 사랑하는 장면을 구구절절이 묘사하기보다 MC가 설명하며 처리하는 식으로 빠른 장면 전환을 도입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사랑에 빠진 마타하리보다 물랑루즈에서 춤추는 마타하리, 독일과 프랑스를 오가며 이중스파이로 활약하는 마타하리를 보다 쫄깃하게 묘사했더라면 극이 늘어진다는 느낌을 덜 받고 기억에 남을 장면을 남길 수도 있을 듯하다.

마타하리의 사랑 이야기에 무게를 두다 보니 스파이라는 참신한 소재가 빛을 잃고, 얼마 안 되는 스파이 활동 장면도 뻔한 이미지의 나열에 그친다. 더딘 이야기 전개 속에 캐릭터 대신 무대·의상 전환과 고음의 넘버만 3시간 동안 반복하니 관객들의 피로도가 쌓일 수밖에 없다.

모든 장면이 제작사에서 공을 들인 기색이 역력하고 국내 뮤지컬의 퀄리티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빼어나지만 보다 입체적인 캐릭터와 불필요한 장면에 대한 삭제, 빠른 스토리 전개 등이 보완된다면 세계 어디에 내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창작 뮤지컬의 새로운 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뮤지컬 마타하리는 오는 6월 12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 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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