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도입된 계좌이동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만 봐도 특별한 전략 없이 단지 고객 확보에만 초점을 맞춘 모습이다. 과거 10년 전,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이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직원들에게 할당량을 부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줄을 세워 잘한 직원은 칭찬하고 못한 직원은 질책한다. 그 계좌에 1000원이 들어있건 1000만원이 들어있건 내용은 크게 상관없다. 고객을 많이 확보하면 그만이다.
ISA만의 모습이 아니다. 은행에서 선보이고 있는 모든 서비스에 해당되는 일이다. 가입자 수백만명을 돌파한 하나금융의 하나멤버스, 우리은행의 위비톡 역시 서비스의 효용성보다는 은행원들의 인맥과 영업력을 통해 고객을 확보한 것이라고 금융권 관계자들은 말한다.
하지만 기존에 보유한 고객, 직원들의 영업력에만 의존하는 것은 문제다. 현재 보유한 자산만 갖고 은행들이 언제까지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지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어느 한 순간 은행들이 줄줄이 문을 닫아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은행들이 그나마 시장에서 힘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규제' 덕분이다. 규제라는 울타리가 전통적인 금융산업을 보호해주고 있기 때문에 현상유지라도 하고 있는 것이다.
규제가 풀리고 많은 핀테크 업체들이 금융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은행들은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새로운 IT 기술과 빅데이터 분석 능력을 앞세운 핀테크 업체들이 대출, 자산관리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은행 계좌 없이도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세상이다.
상황이 이렇자 은행들이 은산분리를 완화하는 은행법 개정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경쟁에서 이길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규제의 우산 속에서 보호를 받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기업은 결국 망할 수밖에 없다. 은행의 얘기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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