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100 - 분양광고

한국도로공사 휴게소 국민평가 '국민우롱'··· 점수 쌓기 '혈안'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6-04-04 13:24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휴게소 직원이 고객 대신 휴대폰 접속... 과다경쟁으로 취지 못살려

3일 오전 남해고속도로 순천방향 함안휴게소에서 직원들이 고객들의 휴대폰을 건네받아 '국민평가' 항목에 응답해 주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고속도로뉴스]


아주경제 정하균 기자= 한국도로공사의 '휴게소 국민평가' 제도가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국민 우롱'평가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제도는 이용자에게 직접 휴게소 서비스를 평가하게 한 뒤, 그 결과에 따라 휴게소 등급을 표시함으로써 휴게소의 고객만족을 제고하겠다는 취지로 지난 2014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 취지가 무색할 만큼 휴게소에서는 경품과 선물을 앞세워 고객을 유인한 뒤 해당 휴게소의 칭찬릴레이 일색으로 각색하면서 점수 쌓기에 활용하는 데 혈안이 돼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지난 3일 오전 휴일마다 차량으로 넘쳐나는 남해고속도로의 순천방향 함안휴게소.

이날 휴게소 식당 앞에서는 근무복을 입은 3명의 여직원이 캔커피와 생수를 나눠주며 '국민평가'에 참가하는 고객들로부터 휴대폰을 직접 건네받아 평가항목에 대신 응답해 주는 모습이 공공연하게 목격됐다.

참가자가 직접 자신의 휴대폰을 통해 관련 어플리케이션(앱)에서 해당 휴게소의 고유번호로 접속해 직원서비스나 편의시설 관리상태에 대한 평가를 일일이 해야하지만, 이같은 평가 과정은 고객들에 대한 편의 차원(?)에서 휴게소 여직원 손에 통째로 건네지고 있는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옆에는 간부직원으로 보이는 또다른 남자직원이 마이크로 "승용차가 경품으로 주어집니다. 국민평가에 참여해 주세요"라고 우렁차게 외치며 식당과 화장실로 오가는 행인들을 끌어들이기에 바빴다.

이 같은 모습은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여타 휴게소에서도 어렵지 않게 목격된다.

휴게소들이 이같이 '국민평가'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한국도로공사의 운영평가와 직접적 연관이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매년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170여 곳을 대상으로 운영평가를 하면서 전체 300점 만점에 무려 100점을 '국민평가' 항목에 배정해 놨다.

도공은 평가결과에 따른 휴게소 등급을 연간 매출액 규모에 따라 3개군으로 나눈 후 그룹별 상대평가를 통해 1~5등급으로 부여한다.

휴게소별 편차가 어느정도인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 해 수억원의 시설투자를 해봐야 최대 25점의 가중치(휴게소의 경우, 주유소는 10점) 밖에 확보하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평가'에 대한 휴게소의 부담은 가히 짐작할 수 있다.

휴게소가 도공의 평가에서 4~5등급으로 자리매김하면 5년 단위의 재계약에서 탈락하거나 당장 계약해지되는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한다.

일각에서는 몇몇 휴게소를 자회사로 운영하고 있는 중견기업의 경우 '국민평가'를 염두에 두고 전세버스를 이용해 직원들을 대거 활용해 자회사 휴게소를 돌며 '자체 평가'투어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들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휴게소끼리 과다경쟁을 넘어 결국 우수 등급으로 평가받은 휴게소에 대한 불인정 분위기까지 악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 때문에 도공의 이 같은 비효율적이고 비합리적인 '휴게소 국민평가'는 이렇다할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폐지돼야 한다는 여론의 목소리가 휴게소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휴게소 관계자는 "도공에서 평가에 응답해 주는 고객에게 500원 안팎의 선물을 주도록 권유하고 있어 이를 따르고 있다"면서 "고객들이 평가 앱으로 들어가 평가항목에 응답하기 힘들다며 휴대폰을 건네주는 사례가 많아 애를 먹고 있다"고 해명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