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기재부 차관 "경기 반등세로 보긴 어려워"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사진제공=기획재정부]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정부가 최근 경기 지표 개선에 대해 아직은 경기 반등세로 보긴 이르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은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제지표가 1분기 전반부에는 부진했지만 후반부엔 반등하고 있다"며 "그러나 아직 반등세로 보기에는 어려워 조심스럽게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생산이 늘었지만 소비·투자 감소폭은 커지는 등 엇갈린 경제지표가 나오자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선 의견이 분분하다.

국내 경기가 바닥을 치고 반등하기 시작했다는 긍정론과 아직 대외경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회복을 논하는 것은 이르다는 신중론이 맞붙고 있다.

추가 경기 보완책 발표 여부에 대해서는 "재정 조기집행 등 기존에 내놓은 대책을 집행하고 효과를 평가하는 게 우선"이라며 "경기 보완책을 새로 발표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성장률 전망치에 대해서는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여러 경기지표가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정부 정책 효과도 봐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기존 성장률 전망(3.1%)을 수정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이란 경제 제재 해제에 따라 그동안 미결제된 대(對)이란 수출대금이 국내 기업에 지급된다.

최 차관은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 전 미결제된 수출 대금이 상당했는데 제재가 해제된 후 미국과 협의를 거쳐 이를 지급하기로 했다"면서 "숙원 사업이 해결돼 우리 기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차관은 "현재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에 대금이 들어와 있는데 50여개 중소기업에 약 2300억원이 지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상하이 원/위안 직거래 시장의 청산결제은행 선정과 관련해서는 "현재 4개 은행이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 원/위안화 시장 사업계획 등을 평가해 조만간 한국은행이 선정할 것으로 2개 은행이 지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진 점을 두고는 "미국 통화정책 관련 변동성이 커져 전 세계적으로 외환시장 변동성이 심화되고 있다"며 "면밀히 대응을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지난달 들어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지만, 당국의 개입 강도가 과거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달 중순 미국 재무부의 환율 보고서 발표가 예정돼 있는 데다 환율 조작국에 무역 제재를 가하는 베넷-해치-카퍼(BHC·Bennet-Hatch-Carper)법이 발효된 점을 고려해 외환 당국이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BHC법은 발효 90일 이내에 상당 규모의 대미(對美) 무역흑자, 경상수지 흑자, 같은 방향의 지속적인 외환시장 개입 등 3가지 요건에 해당하는 국가를 심층분석 대상국으로 지정한다.

최 차관은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크지만 외환 정책이 균형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어 심층분석 대상 요건에 해당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렇지만 다양한 통로를 통해 (심층분석 대상에 지정되지 않도록) 한국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