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국방위원회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2270호가 채택된 지 한 달째인 3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일방적인 제재보다 안정 유지가 급선무이고 무모한 군사적 압박보다 협상 마련이 근본 해결책이며 부질없는 제도 전복보다 무조건 인정과 협조가 출로라는 여론이 크게 조성됐다"고 주장했다.
담화는 또 지난 1968년 일어난 푸에블로호 납치 사건 등을 거론하면서 "만약 미국이 저들의 오만무도한 군사적 위협과 공갈이 이 비극적 수치를 초래하였다는 것을 고통스러운 대로 자인하고 지혜로운 출로를 모색하였다면 그 이후 조미(북미)관계는 다르게 번져졌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최고 행정 집행기관인 국방위원회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안 통과 이후 입장을 표명한 것은 지난달 7일 성명 발표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이번 대변인 담화는 앞서 나온 성명보다는 격(格)은 떨어지지만 분량을 6800여자로 2배나 늘려 뭔가 신호를 보내려는 의지를 보여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공교롭게도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도 이날 "미국은 전쟁 위기, 멸망의 위기를 모면하려면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미 양국 군의 키리졸브(KR)·독수리(FE) 연합훈련 시작 한 달 전에 나온 국방위 성명은 한·미연합 군사훈련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등을 싸잡아 비난하면서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핵전쟁 도발 광기에 전면대응하기 위한 총공세에 진입할 것"이라며 날을 세운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국방위 대변인 담화는 "일방적인 제재보다 안정 유지가 급선무이고 무모한 군사적 압박보다 협상 마련이 근본 해결책"이라고 주장하며 유화적 수사가 포함됐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이후 북한의 주요 기관이나 관영 매체가 '협상'을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미국이 사태 수습에 나설 것을 종용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북한이 다음 달 7일부터 시작될 예정인 노동당 7차 대회를 약 한 달 앞두고 국면 전환을 꾀하는 게 아니냐는 전문가의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정부 당국은 북한의 '협상' 거론에 대해 일단 의미 있게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국방위원회가 협상 의미를 부여하는 듯한 성명을 발표했는데 의도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대북 제재를 집중할 시기라고 보고 그런 차원에서 군과 정부가 대응하고 있다"면서 "지금은 대화를 논할 시기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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