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 개인정보 악용해 유심 2000개 개통…대포폰업자에게 넘겨

아주경제 유선준 기자 =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의 개인정보로 선불 유심을 만들고 대포폰 업자에게 넘겨 억대 수익을 올린 업자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중국인 여권 정보로 유심을 만들어 불법 유통한 혐의(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로 김모(32)씨 등 4명을 구속하고 A(31)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5일 밝혔다.

김씨 일당은 지난해 12월∼올해 3월 외국인 788명 명의로 유심 1900여대를 개통해 대포폰 업자에 넘기고 1억1000여만원을 벌어들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중국 여행사 등을 통해 한국 여행이 예정된 중국인 관광객의 여권 스캔 파일을 건당 3만원에 구입, 이 개인정보로 선불 유심을 개통한 뒤 대포폰 유통업자에게 건당 6∼7만원에 팔았다.

현행 제도상 국내에 입국하는 외국인 명의로 선불 유심이 개통되면 그가 출국해도 회선이 정지되지 않아서 누구나 충전만 하면 계속 사용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해 대포폰 업자들은 외국인 명의 선불 유심을 사들여서 대포폰을 만들어 팔고 있다. 시세는 개당 12만원으로 알려져 있다.

경찰은 이런 대포폰이 추적이 어렵고 사용자 정보가 노출되지 않아서 인터넷 사기 및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에 주로 이용된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실상 총책이었던 한모(30)씨 등 2명은 해외로 도주해 지명수배를 내렸다"면서 "외국인 명의 유심이 범죄에 이용되는 맹점을 당국이 시급히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