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리아 마리아'에서 열연 중인 김신의[사진=HJ컬쳐 제공]
아주경제 정진영 기자 = '마리아 마리아'는 깔끔한 작품이다. 수 천년이 넘게 읽힌 성서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니 군더더기 없이 담백한 건 말할 것도 없다. 관객 입장에서야 싱거울 수 있겠지만 이런 작품을 흠 없이 소화하는 게 배우에겐 오히려 더 어렵다.
그런 면에서 예수 역을 맡은 밴드 몽니의 보컬 김신의는 높은 점수를 받을만하다. 극에서 유일하게 대사가 없는 송스루 캐릭터임에도 어색함 없이 극에 녹아든다.
'마리아 마리아'는 기독교 성경의 한 장면을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은 갈릴리 서쪽 막달라 출신의 마리아. 막달라 마리아에 대한 해석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 작품에서는 성전 노예로 살며 예수를 유혹하다 예수에게 목숨을 건짐받은 뒤 회개하고 그의 추종자가된 인물로 등장한다.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 한 장면[사진=HJ컬쳐 제공]
지난 2003년 소극장에서 초연된 이래 해를 거듭하며 살아남은만큼 작품은 매우 정돈돼 있다. 주인공 마리아 역의 이영미-소냐는 매혹적인 목소리로 독보적인 아우라를 구축한다. 귀를 뻥 뚫는 시원한 고음으로 관객들의 귀를 즐겁게 하는 일도 잊지 않는다. 특히 새롭게 추가된 1막의 마지막 넘버 '사슬을 풀고'는 압권.
마리아가 무대에서 훨훨 날 때 중심을 잡아야 하는 예수 역에는 김신의와 허규가 열연한다. 두 사람 모두 온화하지만 때로 분노하고 내적 갈등을 표출하기도 하는 예수를 유려하게 소화한다.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 한 장면[사진=HJ컬쳐 제공]
특히 유다의 시선에서 바라본 예수를 그린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서 유다 역을 맡았던 배우 김신의의 변신이 돋보인다. '창녀'라 불리던 마리아를 품에 안고 끝까지 아꼈던 예수의 마음을 김신의는 돌을 쌓듯 차근차근 쌓아 올린다. 마리아와 예수 사이의 관계성이 변화할 때도 큰 감정적 동요 없이 넘버를 소화해 성경을 잘 모르는 이들도 극에 몰입할 수 있게 배려한다.
예수 캐릭터의 김신의와 허규는 각각 밴드 몽니, 브릭 멤버다. 밴드 사운드에 익숙한 이들의 보컬은 이번 시즌에 합류한 7인조 라이브 밴드의 연주를 탁월하게 살린다.
140분. 만 13세 이상. 오는 17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