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르포] '진보정치 1번지' 창원 성산, '수성' 강기윤 VS '탈환' 노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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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4-05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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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경남 창원) 이수경 기자 = "선거 때마다 와서 장사 어떠냐 하는데 당연히 안 되지 뭘 어때. 시장 살린다고 해놓고 살리는 게 뭐가 있어요 하면 즈그들도 할 말 없지예. 시장 보이소, 개장시간인데 사람 한 명도 없잖아예."

지난 4일 오전 10시 40분, 경상남도 창원시 성산구 가음정 시장에서 30년 동안 청과물 가게를 운영 중인 한 상인(59·여)이 말했다. 시장 앞에선 때마침 이 지역 현역 의원인 새누리당의 강기윤 후보를 지원하러 경남을 찾은 김무성 대표가 유세에 나서는 참이었다. 시장 안 거리를 오가는 행인들은 보이지 않았다. 
 

▲ "저랑 김태호 최고위원, 김무성 대표 닮았지요?"= 4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가음정시장 앞에서 강기윤 새누리당 후보가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윤영석(경남 양산갑) 후보, 김성찬(창원 진해) 후보, 김태호 최고위원, 강 후보, 김무성 대표, 이주영(창원 마산합포) 후보. [사진제공=새누리당]


◆ 재선 노리는 강기윤 "노 후보는 철새…말장난에 속지 마이소" 

창원 성산은 LG전자 공장과 쌍용자동차 및 STX엔진공장 등이 자리한 국가산업단지를 끼고 있는 공단 지역이다. 지난 2004년 17대 총선에서 '친노동자'를 표방하고 나온 권영길 당시 민주노동당 후보가 당선된 후 재선에도 성공하면서 '진보정치의 산실', '진보정치 1번지'로 불렸다.

하지만 19대 들어 상황이 바뀌었다. 성산에서만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이 각각 손석형 후보(4만6924표)와 김창근 후보(7630표)를 내면서 야권 표가 분산됐고, 강기윤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됐다. 두 야당 후보의 득표를 합하면 5만4554표로 강 후보(5만2502표)보다 많았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은 이번에 확실히 표를 획득해 여권의 입지를 다시 한 번 다진다는 각오다. 이날 김무성(부산 중· 영도) 대표와 김태호(불출마) 최고위원이 강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다. 창원 지역에 출마한 김성찬(진해), 이주영(마산합포) 후보도 가세했다.

가음정시장과 상남시장을 잇따라 방문한 자리에서 김 대표는 노 후보의 정당 이력을 언급하며 "노 전 의원, (국회에서) 방을 몇 번째 옮겨다녔는지 모른다"고 했고, 강 후보는 노 후보가 서울 노원병과 동작을에 출마했던 경력과 관련해 '철새'라고 표현했다.

상남시장에서 유세를 지켜보던 한 남성(67)은 "금속노조라 해서 강성노조들이 판을 치다보니 마 이런 현상(진보정당 우세)이 일어났는데, 공단 쪽만 그렇지 여긴 또 보수가 강한 지역입니더"라고 말했다. 상남동은 창원시청 아래 학교와 병원 등이 밀집한 주거단지다.

택시를 모는 한 50대 남성 역시 노 후보의 이력을 언급하며 "저번에 나왔던 사람이 있는데 사람이 바뀌고... 여기가예, 지역마다 다릅니더. 의창구 같은 데는 야당이 안되거든"이라고 여당을 지지했다.

강 후보는 이날 "진보정치 8년 했는데 주민 여러분들, 살림살이 나아집디까. 말장난에 속으시면 안됩니데이"라며 '진보정치 1번지'가 아니라 '서민정치 1번지'라고 강조했다.
 

▲ 4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상남시장 유탑사거리에서 노회찬 정의당 후보가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정의당]


◆ '진보정치 1번지' 탈환 노리는 노회찬 "김무성 왔다가면 死地"

강 후보에 맞서는 노회찬 정의당 후보는 이날 오후 상남시장 유탑사거리에서 유세를 하고, 시장을 한바퀴 돌았다.

당 대표까지 지낸 바 있는 노 후보는 '진보정치 1번지'를 탈환하겠다는 굳은 결심 하에 최근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에 성공했다. 국민의당 이재환 후보가 총선 완주를 내세우며 단일화를 거부했지만, 추가 성사 가능성은 여전히 거론된다.

"4번 찍어주이소~ 4번!! 노회찬 후보가 당선돼야 합니데이!! 파이팅!!"

시장에서 닭강정을 팔던 상인(40대· 여) 2명이 노 후보를 보자 먼저 크게 외쳤다. 노 후보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판매대로 들어가 "닭강정 사이소~~ 맛있는 닭강정 왔습니다!!"라고 화답했다. 분식을 팔던 상인(50대여)은 "사랑합니다"라고 말했고 노 후보는 "많이 파이소, 맛있겠다"고 답했다.

상남시장에선 강 후보를 지지하는 쪽과 노 후보를 지지하는 쪽의 민심이 엇갈렸다. 유탑사거리에서 만난 한 50대 남성은 "노회찬이 괜찮지요, 노동자를 대변하기 때문에 뽑아줘야 돼"라고 말했다.

공단 인근에 위치한 가음정동의 대정로 사거리에서 만난 50대 후반의 한 남성은 "경남도지사도 그렇고 창원시장도 그렇고 전부 위에서 내려왔거든, 그런 상태여서 요번에는 (여당) 바람이 안 분다고"라고 말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안상수 창원시장은 모두 경남 창녕과 마산 출신이다.

노 후보는 이날 유세에서 자신을 비난한 김 대표를 향해 "김무성 대표가 가는 곳을 보면 반드시 새누리당이 낙선하는 지역들이었다"면서 "김 대표만 다녀가면 새누리당에겐 그곳이 사지(死地)가 된다는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한편 조선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밀워드브라운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2일 성산구의 만19세 이상 남녀 524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4일 발표한 결과, 노 후보가 39.9%로 강 후보(29.1%)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당 이재환 후보는 4.5%였고, 무응답은 26.5%였다. 이번 조사의 최대 허용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4.3%포인트, 응답률은 16.0%로 그밖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s://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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