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추신수, ‘부산 촌놈들’ 빅리거로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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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4-06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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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출신의 동갑내기 절친 추신수(완쪽)와 이대호. [사진=몬티스스포츠엔터테인먼트 그룹, 텍사스 레인저스 공식 홈페이지]

아주경제 서민교 기자= 부산에서 야구선수의 꿈을 키웠던 두 시골 촌놈들이 세계 최고들이 모인 무대에서 숙명의 라이벌로 성장했다.

어린 시절 장난으로 한 번쯤 상상이라도 해봤을까.

부산 수영초 시절 코 흘리며 마운드의 쌍두마차로 활약한 두 꼬마 야구선수들. 이대호(34·시애틀 매리너스)와 추신수(34·텍사스 레인저스)가 이젠 메이저리거로 맞대결을 펼친다.

부산에서 태어나 동갑내기 고향 절친으로 야구를 시작한 배경은 같았다. 하지만 둘이 걸어간 야구인생은 전혀 달랐다. 고교시절부터 엇갈렸다. 이대호는 경남고, 추신수는 부산고로 진학하며 지역 내 라이벌 관계로 자신의 길을 걸었다.

이대호는 한국 프로야구를 접수한 뒤 일본 프로야구를 평정했다. 이대호는 부드러운 슬러거라는 타격 스타일대로 2010년 KBO리그에서 9경기 연속 홈런의 세계신기록을 작성하며 타격 7관왕에 올랐다. 이후 2012년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한 이대호는 최근 2년간 소프트뱅크 호크스를 일본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고, 지난해 한국인 선수 역대 최초로 일본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30대 중반으로 접어든 이대호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안정된 직장이 보장된 소프트뱅크의 거액 제안을 뿌리치고 오직 어린 시절 빅리그의 꿈을 향해 시애틀의 마이너리그 계약 조건을 받아들였다. 초청 선수 자격으로 시범경기에 출전한 이대호는 오직 자신의 실력 하나로 유력한 경쟁자들을 모두 제치고 개막 25인 로스터에 진입하는 기적을 이뤄냈다.

추신수는 자신만의 길을 개척했다. 엘리트 코스를 버리고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가 오랜 마이너리그 생활을 견뎠다. 추신수는 엄청난 노력으로 경쟁을 뚫고 메이저리그 무대에 올라 최고의 선수가 됐다. 2014시즌을 앞두고 텍사스와 7년 1억3000만 달러의 초대형계약을 맺은 추신수는 올해에도 2000만 달러의 연봉을 받아 팀 내 연봉랭킹에서도 4위를 기록했다.

이대호와 추신수는 최고의 길을 걸으며 지구의 반대편에서 다시 만났다. 지난 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시애틀과 텍사스의 개막전에서 추신수는 선발 출장해 팀의 역전승 발판이 되는 밀어내기 볼넷으로 타점을 기록했고, 이대호는 승부처에서 대타로 데뷔전을 치렀으나 삼진으로 물러났다.

1982년생 부산 출신의 두 사나이의 인사는 끝났다. 이대호와 추신수는 6일 같은 장소에서 제대로 격돌한다. 추신수는 2번 타자 겸 우익수로, 이대호는 8번 타자 겸 1루수로 첫 선발 출장해 절친 맞대결을 벌인다.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에서 라이벌로 다시 만난 두 부산 촌놈의 인연은 운명적이다. 만화 책 속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야구스토리가 지금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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