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경기 안산은 울산, 포항, 마산, 창원 등과 함께 1970년대 이후 한국의 노동집약적 압축 성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공업도시다. 돈을 벌기 위한 노동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외부 이주민들이 밀집돼 있기도 하다.
2014년 4월에는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이 세월호를 타고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중 배가 침몰해 295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를 당했다. 현재까지도 생존자 뿐아니라 많은 시민들이 당시의 아픔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다.
안산문화재단은 5월5일부터 8일까지 나흘동안 안산문화광장에서 안산의 시 승격 30주년을 기념하고 세월호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안산국제거리극축제'를 개최한다.
‘지금, 우리는 광장에 있다’란 슬로건으로 열리는 이번 축제는 국내 32작, 해외 18작 등 13개국 50작 안팎의 작품들로 꾸며진다.
윤종연 예술감독은 "아무것도 없는 곳이기에 더욱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광장의 기능을 부각하고 다양한 가능성의 공간임을 상기하고자 했다"면서 "이러한 광장 안에서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표현할 수 있는 주체적인 존재가 되길 바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축제의 개막작은 프랑스 팀의 ‘천사의 광장'(Place des Anges)이다. 순백의 옷을 입은 천사들이 밤하늘을 가로지르며 5월에 눈이 내리는 듯한 환상적인 깃털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가벼운 깃털이 광장과 관람객의 머리 위로 소복하게 쌓이면 멀리 떠나보낸 그리운 이들의 천진한 웃음이 들려온다.
폐막작은 스페인 팀의 ‘카오스모스'(K@OSMOS)다. 라이브밴드의 파워풀한 연주를 배경으로 관람객의 눈앞에서 우주로의 항해가 펼쳐진다. 하늘 높이 올라간 둥근 구조물에 매달린 배우들은 하나의 유기체와 같이 질서정연하면서도 아크로바틱한 몸짓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개·폐막작인 ‘천사의 광장’ 및 ‘카오스모스’ 모두 공중 공간을 무대로 한 에어리얼 퍼포먼스로, 광장 어디에서 관람하더라도 시야에 불편함이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와 함께 예술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 국내외 18개의 공식 참가작과 실험적인 시도들이 돋보이는 12개의 자유 참가작, 현실에 대한 풍자와 해학이 담긴 14개 작품이 광대의 도시를 통해 소개된다.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안산이라는 지역의 고유성을 담은 작품을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안산거리예술 크리에이터’는 올해부터 ‘창작지원 프로그램’으로 명칭을 바꾸고 더욱 적극적인 지역 기반 작품 제작 육성에 나선다. 세월호 사고를 다룬 작품을 포함한 총 6개의 작품이 ‘창작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선보일 예정이다.
종교적 성지를 찾아 길을 걷는 순례자들의 행렬과 연결시켜 축제 관람객들과 함께 안산 지역을 걸어 호평을 받았던 ‘안산순례길’은 올해 축제에서 공식 참가작으로 초청받아 다시 한 번 펼쳐진다.
특히 올해 축제는 스페인의 ‘피라 타레가 거리예술축제’와 축제 교류의 일환으로 축제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는 거리예술축제 간 서로 작품을 교환 초청해 레지던시 사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공동제작 방식으로 완성한 작품을 축제에서 공연한다.
기획프로그램 ‘도시 발언대’는 열린 공간임에도 이용에 제약이 있었던 광장을 안산 시민에게 돌려주자는 취지로 운영된다. 안산 시민들은 축제기간 광장 곳곳에 미리 설치된 마이크를 통해 원하는 발언과 행동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또한 작년 축제 때 대다수 시민들이 종이상자를 이용해 다함께 공동의 건축물을 만들어 호평을 받았던 체험형 설치미술 프로그램 ‘시민의 건축’은 2016년 플라스틱 칼라박스로 소재를 바꿔 광장 전역에서 만나볼 수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