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혜림 기자= "중국기업 과잉부채와 은행권 부실채권(NPL)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출자전환이 가장 현실성 있는 대안입니다."
아주경제가 3월 23~25일 연 '2016 아·태 금융포럼'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자오시쥔 중국 인민대 재정금융학원 부원장(교수)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기업 과잉부채와 은행 부실채권 증가는 최근 중국 경제의 최대 위험요소다. 그는 "중국 은행의 현 부실채권 규모가 크게 우려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면서도 "중국 정부가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해 부실채권의 출자전환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기준 중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부채(금융권 제외) 비중은 160%를 넘어섰다. 이는 유럽과 일본의 110%를 웃도는 수치로, 2008년(86%)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늘었다.
중국 상업은행의 총여신 대비 부실채권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67%를 기록해 10분기 연속 상승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실제 수치가 이 보다 더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오시쥔 부원장은 "금융권 부실 해소를 위한 디레버리징(부채축소)은 중국 정부가 제시한 5대 경제개혁 중 하나"라며 "회수 불가능한 부실채권의 출자전환을 허용하면 은행의 수익성 개선과 기업 회생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기업부채 해결을 위해 부실채권 지분전환 외에 국유자산관리회사 설립 등의 대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지역은 이미 관련 회사를 설립했거나 이를 검토 중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앞서 중국 정부는 1999년에도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매입 정리를 목적으로 4대 자산관리공사를 설립한 적이 있다. 당시 자산관리공사는 은행의 부실채권을 인수해 출자전환하고 기업을 정상화한 다음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회수했다.
◆경제성장률 달성 위한 채무조정
자오시쥔 부원장은 올해 중국 정부가 제시한 경제성장률 목표치 달성을 위해 기업과 지방정부, 국가의 채무조정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열린 '양회(전인대·정협회의)'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6.5~7%로 유지하는 한편 부실기업의 부채조정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자오시쥔 부원장은 "부실기업 정리와 성장 목표 달성을 동시에 하는 것이 쉽지 않다"면서도 "중국 공산당 창립 100주년을 맞는 2020년까지 '소강사회(모든 국민이 풍족하고 편안한 생활을 누리는 사회)' 실현을 위해서는 반드시 이뤄야 할 과제"라고 전했다.
중국은 제13차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통해 2020년까지 국민총생산(GDP)과 1인당 소득을 2010년의 2배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내놓은 바 있다.
그는 "이를 위해 한계기업이나 환경문제를 가진 기업, 과잉생산 기업에 대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며 "이 과정을 통해 부실기업은 퇴출되고 우량기업은 선별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이 올해 재정적자 비율을 GDP 대비 3% 수준으로 전년(2.3%) 대비 0.7%포인트 늘린 것에 대해서는 "의료·양로·환경·공공서비스 등 민생 분야에 대한 인프라 투자를 늘리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자오시쥔 부원장은 "재정적자 확대는 세제개혁에 따른 세수 감소와 연관이 있다"며 "여기에 은행 자기자본의 직접적인 확충을 위한 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세제개혁은 은행·서비스업에 도움
자오시쥔 부원장은 기업의 영업세를 부가가치세로 전환하는 세제개혁이 은행과 서비스 기업에게 혜택을 가져다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서비스업종의 경우 영업액 대비 수익률이 적은데 영업액에 따라 세금을 내 손실이 컸다"며 "부가가치세로 전환되면 관련 기업의 세금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그 동안 업종별로 영업액의 3~20%에 해당하는 영업세를 부과해 왔다. 부가가치세로 전환되면 새로 창출된 부가가치에 대해 13~17%를 세금으로 내면 된다. 오는 5월 1일부터는 부가가치세 전환 시범실시 대상 부문에 건축업, 부동산업, 금융업, 생활서비스업 등 4개 업종이 추가된다.
자오시쥔 부원장은 "세수개혁 규모가 총 5000억 위안(한화 약 89조원) 정도 될 것"이라며 "올해는 은행을 포함해 총 11개 업종에 대한 감세가 추진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세제개혁으로 상업은행은 자기자본을 더욱 늘릴 수 있을 것"이라며 "기업대출 감소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이를 통해 일부 만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자본시장 개방 탄력
자오시쥔 부원장은 중국의 자본시장 개방 속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연내 실시 예정인 선강퉁(선전·홍콩 증시 교차거래) 외에도 적격외국인기관투자가(QFII)·위안화적격해외기관투자자(RQFII)의 투자한도가 점차 확대될 예정"이라며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내년에는 후룬퉁(상하이·런던 증시 교차거래)도 실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채권시장 개방에 대해서는 "은행 간 채권시장(장외채권시장) 개방에 이어 거래소에 상장된 채권시장을 일반에 개방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며 "일단 각각의 시장 특성에 따른 제도와 규칙이 마련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채권시장은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은행 간 채권시장과 상장 채권시장으로 나뉘어 있다. 은행 간 채권시장은 일정 자격을 갖춘 기관투자가만 참여해 거래하는 곳으로 중국 전체 채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한다.
올해 2월 인민은행은 장외채권시장에 대한 적격 외국인 기관투자가의 투자 한도를 폐지했다. 그동안 QFII나 RQFII를 통해 10억 위안의 투자 한도를 받은 외국인 기관투자가는 국가외환관리국이 할당한 범위 내에서 장외채권시장에 투자할 수 있었다.
자오시쥔 부원장은 "중국 정부는 궁극적으로 통합된 시장 운영을 목표로 삼고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시간의 경과에 따른 '수익률 그래프'를 만드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 본사이전 자본시장 협력 걸림돌
중국과 한국의 자본시장 교류 확대를 위해서는 양국 정부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오시쥔 부원장은 "양국 간 무역과 기업 간 투자는 활발한 데 비해 금융·자본시장에서의 협력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라며 "상호교류를 위한 제도 마련과 금융소비자의 이익 보장을 위한 관리감독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중국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정책은 박근혜 대통령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유라시아 대륙을 경제공동체로 묶어 북한 개방을 유도하는 구상)'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며 "후룬퉁과 같이 한국거래소와 상하이·선전거래소 간 교차거래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다만 우리 거래소를 지주로 전환하고, 본사를 부산으로 옮기려는 점은 양국 간 자본시장 협력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진복 의원 등 새누리당 의원 20명이 지난해 9월 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현재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여기에는 거래소를 지주회사로 전환한 뒤 본사를 부산에 두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자오시쥔 부원장은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상하이·선전거래소와 한국거래소 간 교류 협의를 어느 지방관청과 하느냐, 어떤 사람과 하느냐가 중요한데 아직 본사 이전이 정해지지 않아 결정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기술적 측면에서도 관련 시스템 이전에 따른 영향은 무시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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