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종호 기자 = 정계를 은퇴한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다시 뉴스의 중심에 섰다.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를 불과 6일 앞둔 상황에서 손 전 고문이 더불어민주당의 구원투수로 등판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손 전 고문은 7일 경기 남양주 다산유적지와 실학박물관에서 열린 다산연구소 주최 ‘다산 정약용 선생 180주기 묘제·헌다례’에 참석, ‘다산 정약용에게 배우는 오늘의 지혜’라는 주제로 80여분간 특별강연을 진행했다.
손 전 고문의 이번 상경은 지난달 30일 임종성 더민주 광주을 후보의 부친상 조문 이후 불과 1주일 만이다. 당시 손 전 고문은 이찬열(경기 수원갑), 김병욱(경기 성남분당을) 등 더민주 후보 사무소에 들러 선거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정계 은퇴를 선언한 뒤 그간 전남 강진에 칩거해온 손 전 고문이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잦은 상경을 통해 적극적인 후보 지원에 나서자 더민주와 국민의당 양측 모두 노골적인 ‘러브콜’에 들어갔다.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이날 오전 경기 남양주시청에서 열린 후보 간 공동정책 공약 발표회에 참석해 “우리 당의 대표를 역임하셨던 손 전 대표께 남은 선거기간 동안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 각지의 유세를 간곡히 요청할 예정”이라며 “전국적으로 손 전 고문의 후원을 원하고 있고, 손 전 고문도 항상 선공후사의 마음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남은 기간 도와주십사 간절하게 공식적으로 요청을 드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 대표는 이날 새벽 손 전 고문에게 전화를 걸어 선거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 역시 지난 4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손 전 고문은) 국민의당에 꼭 필요한 인물이고 지향점이 같다”며 영입 의지를 드러낸 데 이어, 최근까지도 자주 통화를 하면서 지원을 요청해왔다. 안 대표는 이날 손 전 고문의 강연장을 직접 찾아가 도움을 요청할 계획이었지만, 막판에 일정을 변경했다.
김경록 국민의당 대변인은 “안 대표가 남양주 유세 중 시간을 내 손 전 고문을 만나려 했으나, 유세도중 짧게 가서 말하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선거가 끝나고 인사를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손 전 고문 모시기에 열을 올리는 까닭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중도층 표심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데다, 호남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호의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손 전 고문은 이날 강연 이후 기자들과 만나 김 대표의 선거 지원 공식 요청에 대해 “상황을 잘 모르겠다. 조금 더 생각을 해보겠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안 대표의 지원요청에도 “내가 알다시피 (강진에) 갇혀 있지 않았느냐, 지금 무슨 상황인지 잘 모른다”면서 “조금 사정을 보고…”라고 유보적으로 답했다.
한편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는 8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광주를 포함한 호남지역 방문을 결정했다. 호남에서 번지는 반문(반문재인) 정서가 총선을 코앞에 두고 더민주에 ‘독’이 되고 있는 가운데 정면돌파를 선언한 것이다.
문 대표 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문 전 대표가 8일과 9일 호남을 방문한다”며 “특정 후보를 지원하는 것보다는 호남 민심에 귀를 기울이고, 솔직한 심경을 밝혀 지지를 호소하는 ‘위로’와 ‘사과’, ‘경청’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문 전 대표는 전날 표창원(경기 용인시정) 후보 선거 유세 중 “호남의 인정을 받아야 대선주자로서의 자격이 있다는 데에 공감한다. 호남만으로는 안 되고, 호남을 배제한 가운데 친노 민주화 세력만으로도 안 된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김종인 대표는 “내가 객관적으로 보기에는 (문 전 대표의 호남 방문이) 득이 될 것이 없을 것 같다”며 “선거가 잘 끝나야 차기 대권가도에 파란 불이 켜지는 것이다. 총선이 안 되면 그 다음 꿈도 꿀 수 없다”고 회의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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