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보험업계는 2020년 보험업 새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이 도입되면 과거 고금리형 장기 보험상품을 많이 판매한 생명보험사를 중심으로 충격이 클 것으로 보이며, 일부 보험사는 자본잠식 상태까지 이를 것으로 보인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보험업계에는 2020년 보험사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을 앞두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IFRS4는 총 43개 국제회계 기준서 가운데 보험계약에 적용되는 기준이다.
2011년 IFRS가 국내에 전면 도입되면서 보험회사도 새 회계기준을 적용받았지만, 보험계약 부문에서는 도입시기를 1∼2단계로 나눠 한동안 기존 회계관행을 인정하는 유예기관을 뒀다.
갑자기 도입하기에는 너무 충격이 크다는 점을 고려한 조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내 보험사들이 2020년까지 2단계 기준서를 도입하지 못하면 한국이 IFRS 전면 도입국 지위를 박탈당하게 돼 국제 신인도가 위협받을 수 있다"며 "제도 도입 유예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2단계 기준서는 보험부채를 평가하는 방식을 원가에서 시가평가로 전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수년간 수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 시가평가 기반의 새 감독체계에 대비해 온 유럽계 보험회사들조차 IFRS4 2단계 시행을 앞두고 더욱 만반의 준비를 하는 상태다.
이런 평가 결과에 IFRS4 2단계 기준을 단순 적용(상품 포트폴리오별 상계 불인정)하면 보험업권의 총자본금이 59조원에서 17조원으로 급감한다는 어두운 추정 결과가 나온다.
과거 확정형 고금리 장기상품을 많이 판매한 생명보험사의 경우 충격이 불가피하고, 자본금이 부족하거나 추가로 확충하지 못하는 경우 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보험업 건전성 감독기준인 지급여력비율(RBC)을 충족하지 못하는 회사들이 나타날 수도 있다.
수십조원의 자산을 갖고도 수십억원에 매각된 '제2의 알리안츠생명'이 나타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문제는 저금리 기조가 심화할 경우 보험업계가 직면하는 상황은 정 교수의 시나리오보다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부채 할인율(시장금리)을 어떻게 산정하느냐에 따라 추산액이 크게 바뀔 수 있다"며 "할인율 전망을 더 낮게 보수적으로 하면 보험사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보험사들은 여전히 대응을 미적거리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 보험사들을 상대로 IFRS4 2단계 대응 현황을 체크리스트 형식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일부 대형사를 제외하고는 대응 태스크포스(TF)조차 제대로 꾸리지 않는 등 준비가 미흡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참다못한 금융감독원은 전 보험사에 행정지도 공문을 보내 지난달 말까지 이사회 결의를 거친 종합대응계획을 마련해 보고하라고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들로부터 대응계획을 제출받아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며 "올해 중 IFRS4 2단계 기준서가 확정되면 관련 감독체계도 보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및 건전성 강화를 유도하기 위해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 중이다.
최근 개정된 보험업법 시행령에 보험사의 후순위채 및 신종자본증권 발행 기준을 완화하고 지급여력비율(RBC) 산정 기준을 강화한 것도 이런 이유다.
하지만 보험업계 관계자는 "당장 10년 전에 집중적으로 판매했던 고금리 저축성 보험이 조금씩 만기가 돌아오는 만큼 곧 회계상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아직 2단계 기준서가 확정되지 않아 향후 부담을 정확히 추산할 수 없는 상황이고, 그런 와중에 수십조원 규모의 부담 등이 거론되면서 갑갑한 마음과 불안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