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류태웅 기자= 국내 투자자가 홍콩 H지수 악몽에서 벗어나면서 다시 주가연계증권(ELS), 주가연계사채(ELB)에 뭉칫돈을 넣고 있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월 ELS·ELB 발행액은 4조2150억원으로 전월 대비 1조3955억원 증가했다. 발행건수도 1390건으로 360건 늘어났다.
H지수를 비롯한 해외지수 상품이 약진했다. 이 유형 상품은 같은 기간 3조1981억원어치가 발행돼 한 달 사이 증가율이 약 65%(1조2558억원)에 달했다.
해외지수가 ELS와 ELB 기초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월 들어 76%에 맞먹었다. 지수형(20.8%)과 종목형(3.0%), 혼합형(0.4%), 해외종목형(0.01%)을 비롯한 다른 유형 상품을 압도적으로 웃도는 수치다.
새 상품 발행은 연초만 해도 대규모 손실 우려로 크게 위축됐었다. H지수는 2월 한때 최근 1년 사이 고점(1만4801.94) 대비 반토막이 나면서 7500선까지 떨어졌다. 적지 않은 상품이 원금손실이 발생하는 녹인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우려됐다.
당시 금융당국은 7500선을 하회할 경우 약 4조원어치 상품이 녹인 구간에 들어설 것으로 추산했다.
반면 H지수는 3월 말 9000선을 회복할 만큼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15년 9월에 터진 H지수 녹인 이슈로 1~2월 ELS 발행도 크게 줄었다"며 "하지만 3월 들어 4조원어치가 넘게 풀리면서 애초 예상보다 빠르게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증권사는 기초자산인 해외지수 다변화에도 나서고 있다. 애초 절대 비중을 차지했던 H지수 자리를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이나 유로스톡스50, 니케이225 같은 다른 해외지수로 메꾸는 식이다.
해외지수를 3개 이상 편입한 ELS 비중도 3월 들어 43%를 넘겼다. 투자처를 늘려 안정성을 보강하기 위한 것이다.
이중호 연구원은 "ELS 시장은 H지수 쏠림 현상만 완화된다면 더욱 완벽한 모습을 갖추게 될 것"이라며 "대체할 수 있는 기초자산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만큼, 하반기 들어서는 예년 활기를 되찾을 전망"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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