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광주시민들께 드리는 글'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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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4-08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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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사진제공=오중기 후보 선거사무실]


아주경제 장봉현 기자 =광주시민 여러분, 뵙고 싶었습니다. 

보고 싶은 마음이 커서, 언제라도 이곳으로 달려오고 싶었는데, 말리시는 분들이 참 많았습니다. 

정치인으로서, 당의 전 대표로서, 또 그 이전에는 대선주자로서 제가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호남 분들의 전폭적 지지를 밑거름 삼았던 제가, 여러분에게 한 번도 제대로 승리의 기쁨을 돌려드리지 못했습니다. 

호남에 고립감과 상실감만 안겨드렸습니다. 강한 야당의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고, 정권교체의 희망도 드리지 못했습니다. 당의 분열을 막지 못했고, 후보 단일화도 이루지 못했습니다. 반드시 이겨야 할 국면에서 분열로 인한 패배를 걱정하게 만들었습니다. 

얼마나 많은 실망을 하셨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광주시민 여러분.

못난 문재인이 왔습니다. 여러분에게 직접 야단을 맞고, 직접 질타를 듣기 위해서, 안 된다는 당을 설득해 이제야 왔습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그간의 부족함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용서를 구합니다. 여러분의 분이 풀릴 때까지, 제 얼굴 맞대고, 호되게 꾸짖어 주십시오.

저와 당의 부족한 점을 메우느라 정신없었던 사이, 호남 분들에게 좀 더 가깝게 다가가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오해와 불신의 골이 깊어졌습니다. 이제라도, 제가 할 수 있는 그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광주시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광주시민 여러분. 그러나 이제, 제가 대표직에서 물러난 우리 더불어 민주당은 과거의 혼란을 딛고 새롭고 유능한 인재들로 넘쳐 납니다. 저에 대한 섭섭함 때문에, 이 유능한 인재들의 면면을 외면하지 말아 주십시오. 제가 다 담지 못했던 호남 분들의 요구와 열망을,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국회에 퍼 나를 인재들입니다. 

차기, 차차기 이 나라를 이끌어가기에 충분한 인재들이 호남의 더불어 민주당 후보들 속에 있습니다. 정권을 탈환하고, 대권을 꿈꿀 만한 훌륭한 씨앗들이 뿌려졌습니다. 

더불어 민주당은 이렇게 새로운 인재들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호남 기득권 정치인의 물갈이를 바라는 호남의 민심에 우리당은 호응했습니다. 

이 분들에게 기회를 주십시오. 자신 있게 기대감을 가지고 힘을 주십시오. 더불어 민주당 기호 2번의 새롭고 활기찬 후보들이야 말로,호남의 정신과 열정을 한 지역에 가두어 두지 않고 전국적으로 확장시켜 갈 인재들입니다. 

호남 정신의 지평을 전국으로 넓히면서 지역 경제, 문화에 새 바람을 이끌 주역들입니다. 그런 전문성과 인적 인프라를 충분히 갖춘 인재들입니다. 

시민 여러분. 

호남을 볼모로 자신의 기득권에만 안주했던 구시대적 정치, 호남 민심을 왜곡해서 호남을 변방에 가두어 두려는 분열적 정치인. 여러분들은 그런 정치인들에 대한 강한 교체 의지를 가지고 계실 겁니다. 더불어 민주당의 후보들을 통해 바로 그런 구시대적, 분열적 정치인을 심판할 수 있습니다. 

호남인에게 지역 정당이란 불명예를 안기면서까지 그들만의 영달을 쫓는 세력이 이 신성한 호남 땅에서 더 이상은 발붙이지 못하도록, 더불어 민주당의 모든 호남 후보들은 끝까지 싸워 나갈 것입니다. 시민 여러분이 그들에게 힘을 주십시오. 

광주시민 여러분.

저에 대한 여러분의 실망과 섭섭함에도 불구하고, 더불어 민주당에 대한 여러분의 애정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아무리 부족하고 서운한 점이 많아도, 그래도 새누리당과 맞서 정권교체 해낼 정당은 우리 더불어 민주당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 애정에도 불구하고 저에 대한 지지를 거두시겠다면, 저는 미련 없이 정치일선에서 물러나겠습니다. 대선에도 도전하지 않겠습니다. 

호남의 정신을 담지 못하는 야당 후보는, 이미 그 자격을 상실한 것과 같습니다. 진정한 호남의 뜻이라면, 저는, 저에 대한 심판조차,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광주시민 여러분, 호남 유권자 여러분. 

저의 모든 과오를 짊어지겠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제가 가져갈 수 없는 짐이 있습니다. 

저에게 덧씌워진 “호남홀대” “호남차별”이라는 오해는 부디 거두어 주십시오. 그 말 만큼은, 제 인생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치욕이고 아픔입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대한 모욕입니다. 저와 당과 호남의 분열을 바라는 사람들의 거짓말에 휘둘리지 말아주십시오. 그것만은 절대 인정하지 않겠습니다. 

엄혹했던 5공 군부독재 정권 시절, 부산의 민주화 운동은 ‘5월의 광주’를 부산시민들에게 알리는 것이었습니다. 87년 6월항쟁 전야 5월, 노무현과 제가 부산 가톨릭센터에서 연 광주 비디오 관람회를 보려는 부산 시민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그 열기는 6월항쟁으로 이어졌고, 부산 가톨릭센터는 명동성당처럼 부산 6월항쟁의 중심이 됐습니다.

이렇게 대한민국의 민주화는, 호남과 호남 바깥 민주화 세력의 결합으로 이루어졌습니다. 3당 합당으로 호남이 고립됐을 때도, 그에 반대한 영남의 민주화 세력은 지역 내에서 전라도니 빨갱이니 핍박받고 고립되면서도 호남과 잡은 손을 놓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 결합이 김대중 정부를 탄생시켰고, 노무현 정부를 탄생시켰다고 믿습니다. 

그것이 노무현과 제가 걸어온 길이었습니다. 영남에서 지지 받지 못했던 노무현 대통령이었고, 참여정부였습니다. 그런데 정작 호남에서는 영남 패권주의라고 비난받는다면, 그야말로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참여정부가, 압도적인 지지로 출범시켜준 호남의 기대에 못 미친 점이 많았을 것입니다. 대북송금 특검도 있었고,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분당도 있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광주가 정치적인 고향’이라고 말할 정도로 호남을 사랑했어도, 호남사람처럼 호남의 정서를 알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호남이 듣기에 섭섭한 말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결단코 호남 홀대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역대 어느 정부보다 호남을 배려했다고 자부합니다. 

호남과 호남 바깥의 민주화 세력을 이간하여, 호남을 다시 고립화시키려는 사람들의 거짓말에 휘둘리지 말아주십시오. 호남과 호남 바깥의 민주화 세력이 다시 굳건하게 손을 잡을 때만이, 세 번째 민주정부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호남만으로도 안 되고, 이른바 ‘친노’만으로도 안 됩니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호남 바깥에서는 잘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총선에서도 부산에서, 경남에서, 울산에서, 대구에서, 경북에서, 강원에서 더 늘어난 승리를 보여드릴 것입니다. 

호남이 손을 거둬들이지만 않는다면, 정권교체 반드시 해낼 수 있다고 광주시민, 전남북 도민들께 자신 있게 말씀드립니다. 

총선이 끝나면 곧바로 전당대회를 통해 더불어 민주당 지도부도 새롭게 선출됩니다. 물론 저는 앞으로 당권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을 것입니다. 더 이상 국회의원도 아닌 만큼, 시민들 속으로 들어가서 정권교체의 역량을 키워나갈 것입니다. 

광주시민 여러분, 저를 믿고 더불어 민주당에게 다시 한 번 힘을 모아 주십시오. 

자주 오겠습니다. 총선이 끝나면, 더 여유로운 신분으로 자주 놀러 오겠습니다. 정치인 문재인이 아니라 미운 정 고운 정, 다 든 못난 아들놈처럼 맞아 주실 거라 믿습니다. 

광주시민 여러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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