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 18번홀.
한 ‘노장’ 골퍼가 그린 100m 못미친 지점에서 걸어오자 그린 주위에 몰려있던 패트론(갤러리)들이 모두 일어섰다. 그 골퍼가 그린에 다가오면서 박수 소리는 더 커졌다. 골퍼는 패트론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고, 감격에 겨운듯한 표정으로 그린에 올랐다.
골퍼는 파로 홀아웃한 후 다시한번 패트론들에게 인사를 했고, 패트론들도 역시 다시 일어서 아까보다 더 큰 박수로 노장의 마지막을 격려했다.
노장은 바로 마스터스에서 두 차례(1977, 1981년) 우승하고 43회째 출전한 후 올해 대회를 끝으로 더 나오지 않겠다고 선언한 톰 왓슨(67·미국)이다.
노장은 작별이 아쉬운 듯 눈시울을 붉혔다. 그렇게 또 한 명의 ‘골프 전설’이 오거스타내셔널GC와 이별을 고했다.
왓슨은 아놀드 파머, 잭 니클로스의 대를 이은 미국 골프의 ‘거장’이다. 미국PGA투어 통산 39승을 올렸고 1977년, 브리티시오픈 5회 우승을 포함해 메이저대회에서 여덟 차례나 정상에 올랐다. 브리티시오픈에서 니클로스와 벌인 ‘태양의 결투’는 골프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아있다. 왓슨은 브리티시오픈도 지난해 대회를 끝으로 더 나오지 않겠다고 선언했었다.
왓슨은 첫날 2오버파로 선전한 덕분에 이 대회 역대 최고령 커트 통과가 기대됐다. 그러나 둘째날 버디 1개와 보기 7개로 6타를 잃은끝에 합계 8오버파 152타(74·78)로 2타가 모자라 커트라인을 넘지 못했다. 이날 경기가 그의 마스터스 마지막 라운드가 되고 말았다.
왓슨은 13번홀(파5) 티잉그라운드에서 마스터스와 특별한 작별 인사를 나눴다. 계란 샐러드 샌드위치 하나를 티잉그라운드 옆 벤치에 내려놓고 30년 동안 호흡을 맞추다 지난 2004년 루 게릭 병으로 세상을 뜬 캐디 브루스 에드워즈(당시 49세)를 추모하는 ‘이벤트’였다. 에드워즈는 마스터스에 출전하면 12번홀 그린을 떠나 13번홀 티잉그라운드로 이동할 때마다 준비해둔 계란 샐러드 샌드위치를 왓슨에게 건네곤 했다.
왓슨이 18번홀에서 마지막 파퍼트를 성공하자 그를 맞은 사람은 아내 힐러리와 작년에 마스터스와 작별한 벤 크렌쇼(64)였다.
왓슨은 좀처럼 그치지 않은 패트론들의 박수와 함성 속에 18번홀 그린을 벗어났다. 선수 자격으로는 다시 밟을 수 없게 된 오거스타내셔널GC 18번홀 그린을 뒤로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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