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손을 흔든다
돌아보지 마
돌아본 벌로
머리 위를 지나는 뭉게구름이나
저 산과 들의 가슴팍에
철마다 꽃 들고 단풍 이는 일상도
모두 살을 에는 천형
돌아보면
인형의 거리엔 앉은뱅이 저녁
날개 죽지 가득 어둠을 치고
화장을 하고 미니스커트를 입는 불빛들
죄 많은 것들과
한잔 그윽이 출렁일 때
너도 어느 골목에 벌로 서서
심장이 굳어지며
또 돌아본 죄를 씻고 있겠지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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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햇살에 뒷산 진달래가 유난히 붉다. 이 맘 때면 딱히 추억할 일이 없어도, 그럴 사람이 없어도 옛사랑을 기억해야 할 것처럼 마음이 뜬다. 타락한 도시 ‘소돔’을 떠나다 뒤를 돌아본 죄로 벼락을 맞고 소금기둥이 된 ‘롯의 아내’처럼, 돌아본 미련들이 가슴 한쪽에 ‘소금기둥’으로 굳는다. 그래도 잠깐씩 돌아보고 싶을 때, 젊음을 나던 도시와 불빛이 그립다. 그곳 진달래도 지금처럼 붉고 고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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