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주호 기자 =포항 북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박승호 후보가 시장 재임 당시 경제자유구역 추진 과정에서 사유지를 부당하게 편입시켰다는 주장에 대해 당시 담당 공무원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치졸한 선거용 허위 날조’라며 진실을 밝혔다.
포항 북구의 총선 막바지에 쟁점이 된 경제자유구역 지정 논란과 관련해 포항시의 핵심 당사자가 사실 규명에 나섬으로써 무수한 억측을 낳았던 특혜 의혹이 가닥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자유구역 추진 실무자였던 이설우(58) 전 포항시 담당은 해외봉사에 참여하기 위해 지난해 포항시에서 명예 퇴직했다.
▲이번 논란의 핵심적 진실은 무엇인가?
박승호 후보도 8년 전 당시 실무자들이 구역 지정을 위해 어떻게 일 했는지 자세히 모를 것이다. 사업 부지에 시장 자신의 사유지를 편입시키라고 부하직원들에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은 후보자 자신은 물론 포항시 전·현직 공직자 전체에 대한 모욕이다. 개인적으로는 인격 살인에 다름 아니다.
당시 상황은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정부 안의 급격한 변화에서부터 이해해야 한다. 2007년 후반기 경북도는 구미, 경산, 영천을 포함시켜 대구광역시와 같은 ‘내륙형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추진했었다. 포항은 영일만항 개발을 고려해 차별성을 둬 ‘항만형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단독 추진하고 있었다.
하지만 2008년 2월 25일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여야 간 10년만의 정권 교체 영향으로 정부 내에서는 대통령의 고향 포항에 대한 관심이 컸다. 또 이는 포항에 추진되고 있던 국책사업들이 정부 내 범부처를 망라해 대대적으로 검토되는 고무적 결과를 낳았다.
그 결과 지식경제부는 경북도와 대구시에 대해 ‘포항시를 내륙형 경제자유구역에 포함시키면 사업이 성사될 것’이라고 주문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포항시가 선뜻 나서지 않자 당시 이상득 전 국회의원을 통해 설득을 했는데 주효했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과 돈이었다. 4월까지 지구 지정을 마무리하려는 정부의 계획 때문이다. 그래서 포항 출신의 홍철 대구경북연구원장에게 매달렸다. 홍 원장의 호통도 컸지만 선임연구원들의 반발도 거셌다. 결국 포항시의 설득으로 대경연이 용역을 맡게 됐다. 이에 비하면 2억여원의 용역비는 미미한 예산이다.
▲대련리로 부지가 변경되는 절차에 일부의 주장대로 문제가 있었는지?
전혀 문제가 없었다. 당시 포항시의 내부 상황은 신설된 전략사업추진본부와 경제산업국의 경쟁적 업무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나를 포함해 경제자유구역을 추진하던 부서는 경제산업국이었다.
부지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전략본부가 TP2단지 사업을 추진하던 지곡단지를 검토했었다. 하지만 당시 서모 본부장이 ‘이미 TP2단지사업이 대부분 진척돼 어렵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이는 당시 윤용섭 부시장에게도 보고됐지만 나중에 보니 사실과 달랐다.
부서 간 업적 다툼이나 다름 없는 당시 상황에 대해 이제는 고인이 된 이동익 전 경제산업국장이 강하게 반발했던 기억이 아직도 뚜렷하다. 이후 대체 부지를 물색하기가 마땅치 않아 난감했던 형편에서 한 담당자가 북구 흥해읍 대련리를 제안했다.
진실이 이런데도 시장이 압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 마치 사실인양 유포되고 있는 현실이 참으로 개탄스럽다. 특히 이 과정은 현재 특정 후보의 선거캠프에서 활동하는 포항시의 전 핵심간부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선거에 참여하는 급박한 입장은 이해하지만 포항시 전·현직 공직자들의 명예가 걸린 문제에 대해 이제는 명확한 견해를 밝혀야 할 것이다.
참고로 당초 계획대로 지곡단지 일대에 당시 국책사업인 경제자유구역이 입주했다면 정부가 먼저 나서서 TP2단지 사업 실패의 원인이 된 상수원 이전 문제도 해결했을 것이다. 엉뚱하게도 이번 논란으로 인해 TP2단지 사업의 감춰진 책임 소재가 드러나는 계기가 됐다.
▲박승호 후보 측의 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국도 연결도로에 사유지가 포함됐으며 감사원 감사도 받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오는데?
앞의 과정을 이해한다면 극히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구역 지정 후에 사업은 신설된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으로 모두 이관됐다. 연결도로 개설 결정은 경자청 심의위원회의 소관 사항이다.
감사원 감사는 분명히 받았다. 2014년 타 부서 재직 당시, 투자유치부서의 직원이 ‘경제자유구역 사업에 대해 감사원의 지적 사항이 한건 있는데 해명을 요구’하는 연락을 해줘서 답변했다. 이후 처분조서가 없는 것으로 봐서 이 마저도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박승호 후보 캠프의 참여 여부를 포함해 이번 일에 나서게 된 경위는?
선거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흑색선전이 너무 지나쳐 분개한 이후 진실 규명에 나서고 있다. 포항의 한 인터넷 매체에 기사가 게재된 사실을 고교 후배인 한 기자가 연락해줘 뒤늦게 알게 됐다.
매우 악의적으로 사실을 왜곡하는 내용이어서 실소와 함께 분노를 느꼈다. 인생2모작을 해외봉사로 펼쳐보겠다는 뜻으로 정든 동료와 직장을 떠났는데 마치 부정한 특혜에 연루돼 사직을 한 것인양 기사가 작성돼 있었다.
고향에서 평생 공직에 종사하면서 경제자유구역뿐만 아니라 영일만항 내 자유무역지구 지정까지 포항에 대형 국책사업을 2건이나 유치했다는 자부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구체적으로 날조로 가득한 이번 기사가 보도되기까지 어떤 음모가 있었는지는 짐작만 할 뿐이다. 하지만 이미 이번 일은 결과적으로 선거를 위한 정략적 목적으로 인해 포항시 전·현직 공직자 사회에 씻을 수 없는 상처와 수치를 줬다. 따라서 이번 일에 부당하게 연루된 당사자들은 선거가 끝난 뒤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으로 믿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