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주혜 기자 = 지난 2015년 2월. 금융감독원이 방송통신위원회에 한 P2P금융 웹사이트의 차단을 요청했다. 여신을 취급할 수 있는 자격을 보유하지 않고 대출을 취급하고 중개했다는 이유였다. 이 회사의 홈페이지는 바로 차단됐다.
그러자 벤처업계 관계자들은 금융당국의 과도한 규제라며 '핀테크의 싹을 자르는 금융당국'이라며 비난을 쏟아냈다. 규제개혁과 핀테크 육성이 정부의 주요 과제 중 하나였기에 당국의 핀테크 벤처 탄압 사례로 인용될 정도였다.
하지만 당국을 비난하기 전에 이 사건이 과연 과도한 규제인지 아니면 금융 질서 유지를 위한 당연한 처사인지부터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이후 위 업체를 포함한 수 많은 업체가 대부업으로 사업체를 등록하고 P2P사업을 시작했다. 대부업 사업자로 등록을 하고 간단한 웹사이트를 만든 후 거의 동일한 서비스 약관을 기반으로 영업을 하는 방식이다. 작년 초 P2P업체가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국내 대부업 P2P금융기업은 약 80여개가 설립됐다. 1만 명의 투자자가 약 600억원의 자금을 2000여개 대출채권에 투자했다.
문제는 이같은 업체들이 금융기관으로서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투명하고 정확한 정보 전달, 분산투자를 통한 손 실 최소화, 전문적인 연체관리 분야에서 모두 미흡하다는 점이다. P2P금융은 개인신용대출에 고객이 투자하기 때문에 부실이 발생할 경우 모든 손실은 투자자가 책임지게 된다. 따라서 소비자들에게 해당 대출의 부실위험과 원금손실위험에 대한 고지는 필수적이지만 이를 지키는 업체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일부 업체는 연체율과 부실률을 의도적으로 숨기는 경우가 있고, 부실 가능성이나 중도상환 등의 현황 정보를 아예 공개하지 않는 업체도 있다.
투자자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분산투자 또한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하나의 대출에 고액을 투자할 경우 원금을 모두 잃을 수 있기 때문에 해외에서는 200건 이상에 분산하는 것을 권유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다수의 업체는 분산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연체관리와 추심 또한 문제다. 대부분 소형 대부업체 수준의 2~3명의 전문성 없는 일반 직원이 연체를 관리하고, 관리정책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약관도 없다. 투자자 보호를 불편할 정도로 중요하게 여기는 기존 금융기관들과는 비교 자체가 어려운 수준이다.
한국보다 빨리 P2P금융업을 도입한 중국의 경우 지난해 한 해 동안 신고된 불법 P2P 대출사고는 총 8700여 건이다. 대부분이 불법자금모집으로 인한 금융범죄였다. 2015년 12월 드디어 중국 정부는 늦게나마 P2P금융규제를 도입하고 투자자 보호를 할 수 있는 규제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미 수만 명의 투자자가 소중한 재산을 잃은 후였다. 관리감독이 전무한 대부업 P2P가 성행하고 있는 국내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해답은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서 찾아볼 수 있다. 초기부터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함께 P2P금융업의 규제에 대해 고민한 미국에서는 P2P대출로 인한 금융범죄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모든 P2P업체가 금융기관을 통해 대출을 취급하고 은행의 시스템을 활용해 자금관리를 한 덕분이다. 영국에서도 FCA (영국 금융감독청)의 법적 규제와 인증을 받는 P2P금융기업은 2조 원이 넘는 대출 취급을 하며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금융기관과 P2P금융기업과의 협업은 안전한 자금관리, 모든 대출내역의 금융시스템 편입, 금융사고에 대한 공동 예방 등 많은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의 경우 금융당국이 정책적으로 P2P금융기업과 은행의 협업을 지원하고 있다.
P2P금융은 가장 성공한 핀테크 사업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잠재력도 크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추세에 따라 P2P금융이 안전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존 금융시스템과 현행법의 테두리 안에 잘 녹아드는 것이 필수다.
P2P금융이 더 이상 '관찰 대상'이 아닌 금융상품으로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금융기관과의 적절한 협업이 더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나아가 P2P금융의 시스템의 특성을 잘 반영한 새로운 법령, 인증, 규제 등이 등장하길 바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