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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3일 투표를 통해 20대 국회를 책임질 300명의 새 금배지 주인이 가려진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한 달 전, 속된 말로 ‘벙찐’ 아침이었다. 각 부서에서 차출 된 공채 13기가 여의도 국회에 안착해 있었다. 20대 총선 태스크포스(TF) 팀을 위해 예고 없이 달려온 이들이었다. 기존 정치부 멤버도 새 TF 팀원들도 한동안 말이 없었다. 국회반장이란 못난 감투 덕에 말문을 열었다. “일단은 환영합니다. 무엇보다 스트레스 받지 말고 잘해봅시다”
지금 생각하면 참 뻔뻔하기 짝이 없는 말이다. 당장 TF 첫 날부터 스트레스 게이지를 높이는 정치 구태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여야 가릴 것 없이 공천싸움에 여의도는 연일 난장판이었다. 집권여당은 친박(親朴)과 비박(非朴) 간 공천혈투로 아사직전까지 갔다. 이한구발(發) ‘공천 칼춤’에 화난 김무성 대표의 옥새 파동, 급기야 유례없는 무공천 사태가 빚어졌다.
야당도 여당 못잖은 공천 굿판이 벌어졌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대신해 총선을 진두지휘한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비례대표 셀프 공천’ 논란에도 불도저식 공천을 멈추지 않았다. 이 와중에 컷오프 된 친노(親盧)·친문(親文·친문재인) 세력은 제 살 길 찾아 탈당 또는 국민의당 입당 수순을 밟았다.
이미 6년 전부터 새정치를 외쳤던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대표조차 다를 바가 없었다. 천정배 의원, 정동영 전 의원 등과 손잡고 비노(非)·반문(反文·반문재인) 인사들을 끌어 모은 안 대표는 지역주의 타파는커녕 명실상부 ‘호남당’ 맹주로 거듭났다.
본격적인 선거유세전이 시작되고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를 때가 적잖았다. 공천파동에 지지세가 떨어진 집권여당의 지도부는 성난 민심에 절을 하고 무릎도 꿇었지만 “한 표 안 주면 박근혜 정부는 실패한다”며 유권자를 겁박하기 바빴다. “대선 불출마” 배수진까지 치며 광주로 향한 제1야당의 전 대표도 결국 지역 패권주의에 갇혀 호남표 구애작전만 펼쳤다. 제3당을 노리며 “문제는 정치”라고 부르짖은 안 대표도 연일 ‘거대양당 탓’만 하느라 민심을 제대로 읽었는지 의문스럽다.
차라리 포퓰리즘 공방으로 뜨거웠던 이전 총선이 그리울 만큼 미래에 대한 비전이나 정책은 특히 이번 총선에선 종적을 감췄다. 그나마 회자된 집권여당의 ‘한국판 양적완화’ 아이디어조차 중앙은행이 뜨악해, 논란만 부추긴 꼴이 됐다.
이런 막돼먹은 총선 판을 겪은 TF 멤버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을 리 만무하다. 그래도 총선 하루 전날 “투표 잘하고 마감도 잘합시다”라고 다독였다. 다음 날이면 정치부를 떠나 각자의 출입처로 돌아갈 이들의 표심은 과연 어디로 향했을까. 그저 마지막 인사로 고마움을 전할 뿐이다.“다들 묵묵히 수고해준 덕분에 20대 총선, 잘 치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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