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20대 총선에서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무소속 백색 바람’이 그 어느 때보다 거셌다.
공천과정에서 이른바 ‘옥새 파동’ 끝에 유례없는 무공천 사태를 빚은 새누리당이 백색 바람의 최대 피해자가 되고 말았다. ‘붉은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었던 여당의 텃밭, 영남지역이 진앙지가 된 탓이다.
본의 아니게 무소속 돌풍의 핵심이 된 유승민(대구 동을) 후보는 당의 무공천 결정으로 일찌감치 당선을 확정지었다. 반면 ‘무소속 3인방’으로 한 배를 탔던 류성걸(대구 동갑), 권은희(대구 북갑) 후보는 각각 정종섭, 정태옥 새누리당 후보에 석패했다. 또 다른 친유승민계인 조해진 후보도 경남 밀양·창녕·함안·의령에서 무소속으로 출마, 엄용수 새누리당 후보와 접전을 펼쳤지만 결국 패했다.
친유승민계는 아니지만 주호영(대구 수성을) 후보 또한 여성우선추천 공천에 밀려 탈당, 무소속으로 나선 끝에 이인선 새누리당 후보를 가볍게 제치고 4선 금배지를 확보했다.
영남지역에서도 무소속 후보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특히 울산은 6개 지역구 가운데 절반인 3곳에서 무소속 당선자가 나왔다. 울산 울주군에서는 새누리당 공천탈락에 반발한 강길부 후보가 무소속으로 나서, 김두겸 새누리당 후보와 대결 끝에 승기를 거머쥐었다. 새누리당 출신은 아니지만, 울산 북구에선 윤종오 후보가 윤두환 새누리당 후보를 꺾었고, 울산 동구에선 김종훈 무소속 후보가 3선에 도전한 안효대 새누리당 후보를 이기는 파란을 일으켰다.
앞서 당 공천에서 가장 먼저 탈락했던 김태환(경북 구미을) 후보도 새누리당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 3선의 저력으로 장석춘 새누리당 후보를 제치고 무난하게 4선을 꿰찼다.
부산 사상구에서는 전 한나라당 의원인 장제원 후보가 손수조 새누리당 후보와 배재정 더민주 후보의 여풍(女風)을 누르고 이기는 쾌거를 올렸다.
수도권에서는 무소속 후보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욕설 파문’으로 새누리당에서 컷오프 된 윤상현(인천 남을) 후보는 무소속으로 출마, 안귀옥 국민의당 후보를 꺾고 20대 국회로 돌아오게 됐다. 안상수(인천 중동강화옹진) 후보도 배준영 새누리당 후보와 접전을 벌인 끝에 3선에 성공했다. 반면 친이(친이명박)계 좌장인 이재오(은평을) 후보와 임태희(분당을) 후보는 모두 저조한 지지율로 더민주 후보에 당선자 자리를 내줬다.
야당 출신 무소속 인사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가장 주목 받은 인물은 여당 텃밭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홍의락(대구 북을) 후보다. 홍 후보는 더민주의 컷오프에도 굴하지 않고 출마해 ‘따 놓은 당상’인 줄 알았던 양명모 새누리당 후보를 꺾고 압승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홍 후보는 비례대표 출신임에도 일찌감치 고향에서 표밭을 일군 터라, 중앙당에 배척당했음에도 스스로의 힘으로 여의도에 재입성하게 됐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20대 총선의 ‘신데렐라’라 할 만하다. 하지만 더민주로서는 김부겸 후보와 함께 여당 텃밭에 파란 깃발을 하나 더 꽂을 기회를 스스로 놓친 셈이라 아플 수밖에 없다.
친노(친노무현)계 좌장으로 컷오프 됐던 이해찬(세종시) 후보도 무소속으로 출마, 박종준 새누리당 후보와 막판까지 접전을 벌여, 7선에 성공했다. 반면 더민주 출신의 강동원(전북 남원·임실·순창) 무소속 후보는 선전했지만 이용호 국민의당 후보에게 석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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