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참패한 새누리당의 지도부가 줄줄이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당분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당이 굴러가게 됐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4일 20대 총선 결과와 관련해 "저는 선거 참패에 대해서 모든 책임을 지고 오늘부터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새누리당은 이번 총선에서 보여준 국민 여러분의 엄중한 심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대표실 백드롭(배경막)에는 '국민 뜻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김 대표는 "정치는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만 두려워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이 모든 결과는 저희 새누리당이 자초한 것으로 앞으로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서 다시는 국민 여러분을 실망시키지 말라는 지엄한 명령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반성의 태도를 취했다.
또한 그는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과 표심을 가슴 깊이 새기면서 앞으로 저희 새누리당의 모든 사고와 행동은 오로지 국민이 옳다고 생각하고 그러한 방향으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면서 "서민과 어렵고 힘든 계층을 위해서 한없이 낮은 자세로 따뜻한 보수를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겠다"며 20대 국회에 임하는 각오를 다졌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국민 여러분이 바라시는 변화와 혁신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 집권여당으로서 안보를 지키고, 경제를 살리며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국민 여러분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던 이한구 의원 등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는 데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김 대표는 "모든 책임은 제가 지고 가겠다"고만 말하며 즉답을 피했다.
이날 해단식에는 김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김태호 최고위원과 황진하 사무총장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자리에서 김 최고위원과 황 사무총장도 각각 사의를 표명했다.
김 최고위원은 "밑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된다, 2004년도 탄핵정국에서의 천막당사 정신으로 되돌아가야 된다"면서 "저도 가지고 있는 모든 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획득한 의석은 121석이었다. 이번 20대 총선에서도 새누리당은 122석을 얻으며 더불어민주당에 제1당을 내줬다.
그는 "정말 죄송하고 부끄럽다"면서 "대표님의 대표직 사퇴, 정말 마음 아프지만 국민들의 마음을 담은 사퇴라고 본다"고 말했다.
황 사무총장은 "새누리당의 살림을 맡고, 또 공천관리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 국민 여망에 부흥하지 못하고 실망시켜드린 점을 통감하면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모든 직을 내려놓고 평당원으로 돌아가서 새누리당의 발전을 위해서 전심전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감히 이번 총선 결과를 보면서 국민 여러분들께서 새누리당에 회초리를 주신 것이지, 절대 버리시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면서 "새누리당은 참회 속에 국민들의 진정한 뜻을 읽고, 환골탈태해서 국민 여러분들의 신뢰와 사랑을 되찾아야 한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새누리당 지도부는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김을동·이인제 의원이 낙선했고, 불출마를 택한 김태호 최고위원을 감안하면 현재로선 8선 고지에 오른 서청원 최고위원 외에 당 대표를 포함한 4명이 떠나게 됐다. 지명직인 안대희 최고위원도 20대 국회 입성에 실패했다.
새누리당은 당장 이르면 이날 오후 비대위 구축을 위한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할 계획이다. 황 사무총장은 해단식 이후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 구축은 우선적으로 최고위에서 의결해야 한다"면서 "현재 최고위원들 중에 사퇴하겠다는 분도 여러 분 계시고 아직은 통화가 안 돼 의사를 확실히 묻지 못한 분들이 계시다"고 설명했다. 당초 7월로 예정됐던 전당대회 시기도 앞당겨질 전망이다.
한편 무소속으로 당선된 유승민 의원 등에 대한 복당 여부에 대해 김 최고위원은 "이런 때일수록 원칙이 중요하다"면서 "이 정부도 마무리를 잘해야 되고 또 보수적 가치를 지켜가기 위한 전체 세 확장도 필요하기 때문에,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가고자 하는 뜻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문호는 과감하게 열어가야 하는 게 맞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