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공시생 허위 진단서로 수능 시간 늘려 화장실서 정답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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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4-14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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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유선준 기자 =정부청사에 침입해 성적을 조작한 공무원 시험 응시생 송모(26)씨가 앞서 응시한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부정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학과 성적을 받는 과정에서도 일부 편법을 썼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1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송씨를 이날 기소의견으로 검찰 송치했다며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최종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경찰은 송씨가 지난해 1월24일 한국사능력검정시험과 같은 해 2월8일 토익(TOEIC) 시험 당시 약시(교정시력 0.16) 판정 내용이 담긴 허위 진단서를 제출해 일반 응시생보다 시험 시간을 늘려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송씨가 응시한 '국가공무원 지역인재 7급' 공채는 지역 대학 재학생 중 토익 700점 이상, 한국사능력검정시험 2급 이상, 학과 성적 상위 10% 이내인 이들을 학교 측이 선발해 응시자로 추천하는 제도다. 송씨가 재학한 제주지역 A대는 여기에 공직적격성평가(PSAT) 모의시험 성적까지 반영해 추천자를 뽑았다.

조사 결과 송씨는 토익과 한국사능력검정시험 5년 전인 2010년 8월 한 대학병원에서 시력검사를 받으면서 "검사표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거짓말로 약시 진단서를 발급받았다. 그는 당시 A대에 재학하면서 재수를 준비하고 있었다.

송씨는 이 진단서를 2010년과 2011년 수능 당시 제출하고 저시력자로 분류돼 별도 시험장에서 다른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시험을 치르면서 과목당 1.5배씩 시험 시간을 늘려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2010년 수능에서는 매 교시가 끝나면 인터넷에 해당 과목 정답이 올라오는 점을 악용, 시험 전 화장실 내 휴지통 뒤에 휴대전화를 몰래 숨겨뒀다가 시험 중 화장실에 가 휴대전화로 답안을 확인해 고득점을 받았다.

이는 송씨가 시험 시간을 늘려 받은 덕분에 일반 응시생의 시험 시간이 종료된 이후 인터넷에 정답이 올라오면 이를 확인, 답안지를 고칠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다만 송씨는 당시 지원한 대학에 합격하지는 못했다.

이뿐 아니라 A대 3학년이었던 2015년에는 과거 군 복무 당시 발급받은 허리협착증 진단서를 위조해 4과목 교수들에게 6차례 제출, 불출석을 출석으로 인정받아 출석일수를 채운 것으로 확인됐다.

송씨는 이 진단서를 2015년 1월 한국사능력검정시험과 2월 토익시험에 사용해 시험시간을 늘렸다. 토익에서는 진단서 발급일자가 오래됐다는 이유로 반려되자 날짜를 컴퓨터로 조작한 위조 진단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송씨는 올 2월28일부터 4월1일까지 5차례 훔친 신분증 3개를 이용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를 드나들고, 3월26일 청사 내 인사처 채용관리과 사무실에 들어가 자신의 지역인재 7급 필기시험 성적을 합격권으로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인사처가 주관하는 본 시험에 앞서 올 1월 학교에서 선발시험 격으로 치르는 PSAT 모의시험을 앞두고 문제 출제를 담당한 서울의 한 공무원 시험 학원에 들어가 문제지와 정답지를 훔친 혐의도 받고 있다. 허위 진단서를 제출해 토익과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치른 행위도 혐의에 포함됐다.

경찰은 송씨에게 건조물 침입, 절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공전자기록변작, 공문서 부정행사, 야간건조물침입절도, 사문서 위조·행사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아울러 경찰은 이번 사건으로 지역인재 7급 공채 제도의 문제점이 두루 드러난 만큼 수사 결과 확인된 취약점을 인사처에 통보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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