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해외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해외 재보험 물량이 늘어나는데다 국제사회에서 한국 신용등급이 상승하면서 현지 업체와의 경쟁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가 싱가포르에 설립한 재보험사 ‘삼성리(삼성재보험유한회사)’는 출범 3년만인 지난해 78억70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이 회사는 출범초기인 지난 2013년 3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이듬해 24억42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뒤 매년 두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리는 삼성화재가 100% 출자해 설립한 자회사로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동남아시아 내 재보험 영업을 강화하기 위해 2012년 만들어졌다. 설립 초기에는 계열사 물량이 대다수를 차지했지만 적극적인 현지영업으로 지난해 이 비중을 50%까지 낮췄다. 특히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인 A.M.Best 사로부터 신용등급 A를 3년 연속 받았다. 국내 손보사 중에서 A.M Best A이상 기업은 삼성화재와 코리안리 두 곳 뿐이다.
현대해상도 최근 싱가포르 재보험사인 ‘코스모스 리스크 솔루션’의 지분을 100% 인수하고 현지 재보험 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코스모스 리스크 솔루션은 지난 2011년 현대해상이 일본계 기업인 코스모스 서비스와 각각 49%, 51%의 지분으로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지난해 기준 매출액은 약 100만달러(한화 12억원)로 올 초 현대해상이 코스모스 서비스가 가진 지분 51%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싱가포르가 아시아 재보험 시장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에 동남아 거점 지역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이번 인수를 통해 재보험 분야 전문성을 강화하고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코리안리도 해외 재보험 시장에서 승승장구 하고 있다. 지난해 약 6조3844원의 보험료 수익가운데 해외수재보험 매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어섰다. 해외수재보험 매출액은 2009년 8200억원에서 지난해 1조3795억원으로 매년 10%이상 성장하는 추세다.
국내 보험사들이 해외 법인 진출 시 재보험사를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이유는 수출 증가로 국내 기업들의 재보험 물량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재보험사는 B2B(기업간 거래)성격을 지니는 만큼 보험 규모가 크고, 계약조건이 까다로워 자국 보험사를 선호하는 현상이 강하다. 언어·법률·관습 등이 다른 해외 보험사와 거래할 경우 문화적 차이로 국내 기업이 불리한 입장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위험 요소도 많다. 재보험 특성상 원수보험사들의 상품과 특징, 영업구조 등이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에 현지에서 원수보험사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의 경우 경쟁사 시장을 뺏어오기 어렵다. 때문에 시장 확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 보험사들의 해외 재보험사 설립은 계열사 물량은 100% 흡수할 수 있는데다 국내 기업들을 상대로 영업하기 때문에 브랜드 파워도 강해 사업전망이 밝다"며 "다만 글로벌 보험사와 현지 보험사와의 경쟁에서 어느정도 우위를 차지할 것인지에 따라 향후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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