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4·13 총선 다음날인 14일, 예상 밖의 '참패' 성적표를 받아든 새누리당의 분위기는 침통했다.
김무성 대표 등 지도부는 줄줄이 사의를 표명했다. 당분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꾸려 당을 운영해야 하고 조기 전당대회도 불가피하다.
그러나 당을 수습하고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는 과정 역시 험난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총선이 끝내 '공천 후유증'으로 귀결된 만큼, '옥새파동'에 못지 않은 계파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김 대표와 김태호 최고위원, 황진하 사무총장이 사퇴의사를 밝혔다.
당내 최고의결집행기구인 최고위원회는 당 대표(의장)와 원내대표, 정책위원회 의장과 선출직 최고위원 4명, 대표 지명직 2인 등 총 9명으로 구성된다. 이 중 김 대표와 김태호 최고위원이 그만두겠다는 뜻을 밝혔고, 김을동·이인제·안대희 최고위원이 낙선했다. 당 지도부 절반 이상이 자의 또는 타의에 의해 떠나게 된 것이다.
김 대표는 해단식 후 기자들과 만나 "참패를 한 상황에서 더 이상 제가 대표직에 있는 게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서 오늘 부로 사퇴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당헌 '보칙' 113조에 따르면 당 대표 궐위 또는 최고위 기능 상실 등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비상대책위원회를 둘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이는 전당대회에서 대표와 최고위원이 선출될 때까지 존속된다. 당장 7월에 열릴 예정이었던 전당대회도 5월로 당겨져 열릴 전망이다.
문제는 차기 지도부가 안고 가야할 과제에 대한 부담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2017년 대선이 기다리고 있는만큼 악화된 민심을 달래고 당 분위기를 수습해야 한다. 하지만 공천 과정에서 계파 간 대립으로 '갈 때까지 갔다'는 오명까지 쓴 마당이다.
계파를 아우르며 하나의 목소리를 내게 만들 구심점 역할을 할 만한 인물도 잘 보이지 않는다. 현재로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서청원 최고위원이 이끌어갈 것으로 예상되나, 친박(친박근혜)계의 좌장격인 서 최고위원의 입지상 감투가 버겁긴 마찬가지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당이 제대로 책임을 통감하고 사죄해야 하는데 그 안에서 중심적 역할을 할 만한 인물이 없다는 것이 현재 새누리당의 가장 큰 위기"라며 "보수 혁신을 얘기하면서 젊은 세대가 세대교체론을 들고 나와야 하는데 워낙 계파가 갈려 중도파가 적고 그럴만한 초선들도 잘 보이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게다가 이미 참패의 '책임 떠넘기기'도 시작된 듯 하다. 서울 서초갑의 이혜훈 당선인은 이날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공천 파동도 보면 사실 주류의 책임이 크지 않겠나"라며 "아무래도 어떤 일이 있으면 그 주도하고 있고 책임을 맡고 있는 분들의 책임이 1차적으로 클 것"이라며 공천을 지휘했던 친박계에 화살을 날렸다.
그러나 책임공방으로 인해 제2의 공천파동이 벌어질 경우, 이미 국민들에게 '심판'을 받은 새누리당으로선 역효과가 날 수밖에 없다. 이번 총선에서 50~60대 투표율이 떨어지고 야당이 약진한 것은 새누리당의 공천잡음으로 실망한 고정 지지층의 이탈이 요인이란 분석이 이를 뒷받침한다.
친박계의 핵심인사인 홍문종 경기 의정부을 당선자는 KBS1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바빴다.
그는 "지금 저희 안에서 치고받고 하고 네가 잘했다, 네가 못났다 하는 그럴 상황이 아니고 그동안 새누리당이 국민들한테 다가가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서 저희 나름대로의 반성과 참회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옥새파동이나 공천에서 보여줬던 오만함을 또 보이면서 당 내부에서 치고받고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그나마 새누리당이 가지고 있는 위치조차도 더 이상 향유하지 못한다는 걸 아주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만흠 정치아카데미 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 내부에 그동안 많은 문제가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총선 공천과 청와대 눈치를 보느라 지나왔던 것들을 이번에 정면으로 제시해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박근혜정부 3년 반 동안 이뤄낸 것 없이 야당 책임만 얘기하고 선거 때만 도와달라고 한 것에 대한 기본적 성찰도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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