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 제1당 자리를 뺏기면서 내년 12월 정권 재창출의 꿈도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여권의 유력 대권 후보들이 대거 이번 총선에 낙선, 여의도 정치에서 배제됨에 따라 후일을 도모할 기회마저 상실하게 된 것이다.
당은 이번 총선 참패로 불가피하게 외부 인재 수혈을 모색해야 할 판이다. 그러나 정치적 입지가 야당에 비해 대폭 줄어든 터라, 새 인물조차 야권에 빼앗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단 ‘종로 1번지’인 서울 종로에서 정치적 재기를 노렸지만 결국 낙선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수도권 험지 출마를 뿌리치고 대구 수성갑에 출마했지만 패배한 김문수 전 경기지사의 내상이 가장 커 보인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율을 한 때 앞질렀던 김무성 대표도 6선에 성공했지만 ‘총선 패배 책임론’을 지고 사퇴를 표명한 터라, 당분간 중앙 정치판에서 몸을 사릴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 핵심 실세인 최경환 의원의 부상도 예상되나, 사실상 새누리당의 총선 패배를 야기한 ‘공천 계파 갈등’의 주범으로 거론되고 있는 점이 문제다. 아울러 경제부총리 시절 ‘초이노믹스’ 책임론까지 더해지면 대선 행보는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여당 유일 최다선(4선) 고지에 오른 나경원 의원도 차기 대권 잠룡으로 거론되지만, 과거 서울시장 선거에서 석패하는 등 야당에 대항할 뒷심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되는 점이 약점이다.
그나마 ‘보수개혁’을 주장하는 유승민 의원이 4선에 성공해 차기 대선주자 반열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나, 이른바 ‘무소속 3인방’ 중에서 혼자만 생환했다는 점에서 당내 입지를 공고히 하기에 한계가 있고 ‘복당’도 쉽지 않다는 점도 숙제다.
이처럼 여권 내 대선주자는 사실상 ‘전멸’ 상태란 점에서 외부인사인 ‘반기문 카드’가 다시금 제기될 전망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올해 임기를 마치고 본인의 부정에도 불구, 국내 현실정치판의 뜨거운 러브콜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 러브콜이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에서도 나오고 있어 여권이 반 총장을 대선주자로 수혈에 성공할 지는 미지수다.
반면 야당은 이번 총선을 통해 차기 대선 후보군들이 한층 다양해져 ‘대권 춘추전국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더민주에서는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꿰차온 문재인 전 대표에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 김부겸 당선인, 정세균 의원이 국회 입성에 성공, 야권의 대권 가도는 한층 복잡해졌다.
‘대권 불출마’ 배수진까지 쳤던 문 전 대표는 광주에서 국민의당에 의석을 모두 빼앗겼음에도 일단은 향후 대권 행보를 이어갈 전망이다. 문 전 대표는 14일 기자들과 만나 “호남 민심이 저를 버릴 것인지는 더 경허하게 노력하면서 기다리겠다”고만 말했다. 이번 총선에서 수도권과 부산·경남에서 더민주가 선전한 것은 문 전 대표의 측면 지원 때문임을 부정하긴 힘들다.
김종인 비대위 대표도 이번 총선에서 ‘뚝심의 리더십’을 발휘, 제1야당으로 거듭나게 한 수훈이 커 야권의 최고령 대선 주자로 나설 수도 있다. 총선에 앞서 그는 “더 이상 킹메이커를 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김문수 전 지사를 꺾고 삼세판 끝에 ‘대구의 야당 의원’이 된 김부겸 당선인은 유력 대선주자로 급부상했다. 본인은 당장은 대권이나 차기 행보에 대해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지역 패권주의를 타파한 파워를 삼수 끝에 입증한 만큼 대권 가도에 청신호가 켜진 것은 분명하다.
‘정치 1번지’에서 유력 여당 대선주자였던 오세훈 후보를 제친 정세균 의원도 다시금 대권 다크호스로 부상할 전망이다. 당내 최다선(6선)을 달성했고 당권을 장악한 뒤 대권까지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젊은 피’ 안희정 지사도 이번 총선에서 충청 영향력을 과시하며 측근들의 당선에 일조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또한 측근 중 극소수만 총선에 생환했지만, 그동안 여론조사에서 때때로 문 전 대표를 위협했다는 점에서 본격 대선 시즌에 돌입하면 역전 가능성도 크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번 총선의 ‘녹색 돌풍’덕에 명실상부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거듭나게 됐다. 문 전 대표와 달리 든든한 호남 표심이 최대 지원군이다. 특히 김종인 대표의 야권 연대론을 끝까지 거부하며 당내 ‘원톱’으로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强철수’의 면모까지 더해진 점도 호재다. 무엇보다 원내 제3당 수장으로서 그동안 주창해온 ‘새정치’ 에도 새날개를 달게 됐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