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워싱턴특파원 박요셉 기자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의 수장들이 한목소리로 세계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14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IMF·세계은행 춘계회의 개막 기자회견에서 세계 경제에서 "경기 하향 위험 요인이 점점 늘고 있다"며 "보호주의와 파편화 현상이 나타난다는 신호도 감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도 별도의 기자회견에서 "세계 경제에 밝은 면이 별로 보이지 않는 것 같다"며 "2030년까지 극단적 빈곤을 없애겠다는 세계은행의 목표 달성이 이같은 상황으로 인해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IMF는 지난 12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전 세계 예상 경제성장률을 3.2%로 지난 1월에 내놓은 전망보다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유럽과 일본에서는 마이너스금리 정책까지 도입하고 있지만 아직 경기가 회복된다는 신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도 올해 초 한때 고용 호조를 바탕으로 한 본격적인 경기 회복 기대가 일었지만 최근 발표된 소비 및 물가 지표들은 다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런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통화정책 뿐 아니라 재정정책과 구조개혁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며 "여러 나라가 협력하면서 동시에 각국의 형편에 맞춰서" 저성장에 대응할 것을 제안했다.
김 총재는 세계 각국이 "경제 부진에 긴급하게 대응하거나, 협력해서 새로운 타개책을 찾는 모습을 제대로 보이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의 저성장 상황이 고착화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경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주요 국제경제기구 수장은 파나마의 한 법무법인에서 유출돼 세계 각국의 역외탈세 실태를 폭로한 '파나마 페이퍼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세금이 빼돌려지고 국가 자산이 도피처로 옮겨지면 빈곤 퇴치와 공동번영 촉진이라는 우리의 목표에도 엄청나게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비판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재무 당국이나 세무 당국에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브렉시트'로 불리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가능성에 대해 이들은 영국의 EU 잔류를 희망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결혼생활과 마찬가지로 파탄에 이르지 않기를 바라는 게 내 생각이며, 좋은 대화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재는 "영국인들이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올해의 저성장 전망을 고려할 때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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