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통 대기업, 베트남에 공들이는 이유는?
한국 유통기업 중 베트남에 많은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곳은 롯데그룹과 CJ그룹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롯데가 베트남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998년 롯데리아로 베트남 진출을 시작한 롯데는 현재 백화점, 대형마트, 호텔, 시네마 등 10여개 계열사가 활발하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4년 9월에는 하노이시에 초고층 랜드마크 ‘롯데센터 하노이’를 오픈하며 한국 기업의 위상을 높였다.
롯데의 해외 첫 초고층 복합빌딩인 롯데센터 하노이는 부지면적 1만4000여㎡에 높이 272m, 지하 5층, 지상 65층 규모다. 롯데는 복합단지인 롯데센터 하노이에서 그동안 축적해 온 식품·유통·건설·서비스 역량을 한데 모아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업체 관계자는 "롯데 같은 대기업이 일찍부터 길을 잘 닦아줬기 때문에 다른 한국 기업들도 진출하기가 편해졌다"며 "선구자 역할을 해 준 셈"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롯데의 베트남 인지도는 쑥쑥 커가고 있다. 지난해 10월 홍콩의 권위 있는 마케팅 잡지 ‘Campaign’이 AC닐슨과 조사한 국가별 선호 순위에서 롯데는 베트남 국민들에게 삼성, 엘지, 샤넬에 이어 사랑받는 브랜드로 꼽혔다.
롯데는 현재 호찌민 투티엠 지구에 2조원 규모의 친환경 스마트 시티 조성을 역점 사업으로 삼고 있다. 스마트 시티에는 백화점·쇼핑몰·시네마 등 복합 쇼핑몰과 호텔·서비스 레지던스·오피스를 포함한 업무시설, 아파트 등 주거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현지 롯데 관계자는 "2월 베트남 정부로부터 정식 승인을 받고 올해 하반기 중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완공되면 현지인들의 머릿속에 한국이라는 나라를 각인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J그룹도 1998년 현지 사무소를 오픈한 이후 12개 사업 부문에서 총 3억 달러의 투자를 진행했다. 2014년에는 매출액 6억 달러를 달성했다.
이재현 회장은 2012년 전 세계 사장단 회의를 호찌민에서 열고 “베트남에 제3의 CJ를 건설한다”는 비전을 밝힐 정도로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 재래시장이 대세인 베트남에 '한국 마트 문화' 전파
채널에서는 롯데마트와 신세계그룹의 이마트가 선진 마트 문화를 베트남에 도입하려 힘쓰고 있다.
2008년 12월 국내 마트 업계 최초로 ‘남사이공점’을 오픈하며 베트남에 진출한 롯데마트는 현재 총 11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이달 호찌민 고밥 지역에 12호점 오픈을 앞두고 있다.
현지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국영 할인점인 꿉마트는 90여개의 매장을 갖고 있다.
2위 업체인 빅C로 33개 매장을 갖고 있으며 현재 매각을 진행 중이다. 롯데마트는 빅C를 인수해 단숨에 업계 1위로 뛰어오른다는 계획이다. 최종 선정은 6월에 발표될 예정이다.
쇼핑과 문화생활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복합시설로 구성된 남사이공점은 마트라기보다는 국내의 백화점 같은 분위기가 강했다.
홍원식 롯데마트 베트남 법인장은 "현지 마트와 차별화해 영화관, 문화센터, 볼링장 등 3200여평의 문화·편의시설을 대폭 강화했고 매장 면적도 시네마를 포함해 6200여평으로 오픈 당시 베트남 내 단일 대형마트로는 최대 규모였다"고 설명했다.
1~2층은 식품, 옷 매장 및 문화센터가 위치하며 3층에는 롯데시네마를 비롯해 패밀리 레스토랑, 볼링장, 당구장 등 대규모 편의시설이 입점했다.
홍원식 법인장은 "특히 2층에 플레이타임을 마트 최초로 들여놔 정착시켰다"며 "최근 생기는 마트들이 이를 모두 따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고객들이 한국과 달리 생선 등도 직접 만져본 다음 손으로 담는다는 것이었다.
생선을 구매한 황아인(27.교사) 씨는 "한국 농산물 코너를 자주 이용한다"며 "롯데마트는 배치를 잘해놔 재래시장 보다 장 보기가 편리하다"고 말했다.
곳곳에서 팔고 있는 한국 음식들도 눈길을 끌었다. 한국 인삼, 인삼주와 라면, 소주 등 인기 한국 상품을 특별 매장에서 판매 중이다.
떡볶이, 어묵, 김밥 등 한국의 길거리 음식을 파는 '포장마차' 코너도 인기다.
홍 법인장은 "한국에 다녀온 현지인들의 요청에 의해 만들어진 포장마차는 현지 직원들이 직접 한국에 가서 조사를 하고 베트남 입맛에 맞게 요리법을 바꿔 판매하고 있다"며 "평일 점심시간이나 주말에는 구매하려는 현지인들이 긴 줄을 만든다"고 귀띔했다.
이마트도 지난해 말 고밥 지역에 1호점을 열며 뒤늦게 베트남 사업에 뛰어들었다.
매장 곳곳에선 고객들을 배려한 동선을 느낄 수 있었다. 신규 점포가 오픈할 때마다 세심히 점검에 나서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고밥점을 둘러보고 흡족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매장은 사진이 잘 나오는 명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기자가 방문한 평일에도 현지인들은 매장 내에서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한껏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고현무 이마트 팀장은 "한국의 인테리어가 현지인들의 마음을 끌어 매장에서 찍은 사진이 SNS에 많이 올라온다"며 "사진 콘테스트 등 이벤트를 개최해 지역 명소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진 부회장이 직접 베트남에 도입하라고 지시한 노브랜드와 이마트 피자, 데이즈 등도 현지인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고현무 팀장은 "노브랜드의 경우 처음 선보일 당시 예상보다 많이 팔려 3일 만에 완판 되는 등 기대 이상으로 큰 인기를 얻어 제품 공급에 애를 먹기도 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