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뇌물공여 무혐의 건설업체 입찰제한 부당"

아주경제 유선준 기자 =건설업체 직원이 민간투자사업 발주처에 뇌물을 건넨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더라도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면 사업참여를 제한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민간투자사업 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대우건설이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대우건설은 2011년 국방부가 발주하는 육군 간부숙소 민간투자시설사업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비슷한 시기 대우건설 직원 A씨는 "평가위원들에게 좋은 판단이 나오도록 부탁한다"며 공군 중령 C씨에게 활동비 명목으로 300만원 상당의 주유상품권을 건넸다.

C씨는 평가위원인 공군 소령 B씨에게 주유상품권 100만원어치를 줬다가 군 검찰에 적발돼 함께 기소됐다. B씨는 군사법원에서 뇌물수수 혐의가 인정됐고 C씨는 애초 기소된 알선뇌물수수 대신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A씨도 뇌물공여 혐의로 검찰 내사를 받았지만 결국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군사법원이 C씨에게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A씨가 평가위원에게 전달해달라는 취지로 주유상품권을 준 게 아니라는 판단이다. 뇌물죄와 달리 알선수재죄의 공여자는 처벌받지 않는다.

그러나 국방부는 2012년 6월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을 근거로 대우건설에 3개월간 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내렸다. 이 법은 사업 지정 또는 협상대상자·사업시행자 지정과 관련해 관계 공무원이나 심의위원에게 뇌물을 주면 민간투자사업 참가자격을 제한하도록 했다.

법원은 우선 이런 규정이 뇌물을 직접 건네지 않고 제3자를 통해 전달한 경우도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주유상품권을 전달한 C씨가 뇌물 대신 알선수재죄로 처벌받았고 A씨에게도 뇌물공여 혐의가 인정되지 않아 국방부의 제한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A씨가 B씨에게 직접 뇌물을 준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뇌물 전달에 대한 의사 합치로 C씨를 통해 B씨에게 뇌물을 줬다고 인정하기도 부족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