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면세점이 매년 주최하고 있는 ‘패밀리 페스티발’의 2015년 행사 모습 [사진=아주경제 DB]
아주경제 윤태구 기자 = 신라면세점이 경쟁사에서 많은 예산을 들여 행사를 준비하고 이를 통해 유치한 중국인 관광객(유커)을 조직적으로 유치하려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15~17일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패밀리 페스티발'을 열었다.
올해로 23회를 맞은 패밀리 페스티발은 롯데면세점이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도입한 한류문화 이벤트이다. 올해 행사에는 배우 이민호 팬미팅과 싸이, 성시경, 에일리, 장기하와 얼굴들 등의 콘서트가 진행됐다.
이 콘서트 관람을 위해 방한한 유커만 1만5000여명에 달한다. 또 일본·대만·태국·홍콩 등지에서 5000여명 등 총 2만여명이 참가 대상이다. 이들을 태우고 온 버스만 500여대, 가이드만 800여명이 넘었을 정도로 대규모 관광객이다. 외국인 여행객들은 지난 12일부터 차례로 입국했다.
2006년 이후 이 행사로 유치한 외국인 관광객은 9만여명에 이른다. 롯데면세점 측이 예상한 부가가치는 2400억원 이상이다.
하지만 신라면세점 측은 패밀리 페스티발 행사 참가를 위해 방문한 유커들을 자사 면세점으로 빼내기 위해 여행 업체들에게 접근한 정황이 드러났다.

신라면세점 판촉 담당자와 여행사 임원간 대화 내용이 담긴 4월11일 카카오톡 [사진=카카오톡 캡처]
실제로 지난 11일 신라면세점 판촉 담당자는 이번 유커의 한국 관광을 담당하고 있는 한 중소 여행사 임원에게 "롯데면세점 콘서트 단체 관광객의 인원 및 가이드, 일정, 대표 등을 넘겨 달라"고 요구했다.

신라면세점이 카카오톡으로 제안한 인센티브 추가 내용 [표=카카오톡 내용 확대]
신라면세점 담당자는 이 여행사 임원에게 최근 대규모 방한한 유커에 대한 정보 제공과 함께 자사 면세점으로 안내하면 구매 고객 1인당 1만원의 인센티브(송객수수료) 추가를 제시했다.
또 여행사 가이드에게 1인당 5만원의 입점 인센티브를 추가해 준다며 유혹했다. 인센티브는 면세점이 외국인 관광객 유치 대가로 여행사, 가이드에게 지불하는 일종의 리베이트다.
해당 업체 임원은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신라면세점 측에서 유커와 관련된 정보를 넘겨달라고 요청했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경영상 큰 이익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지만 상도의에 어긋난다고 생각, 면세점 업계의 공정한 시장 경쟁을 위해 제안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신라면세점 측의 이같은 유커 유치 제안은 이 여행사에만 해당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신라면세점 내 각 여행사별 판촉 담당자들은 일괄적으로 12일까지 입점 유치 단체를 파악해 윗선으로 보고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여행사 측에) 추가 인센티브를 제안한 것은 맞다. 우리(신라면세점)쪽으로 오면 좀 더 드리겠다고 한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가 부도덕한 일을 한 것처럼 비치고 있는데 고객 뺏어오기가 아닌 방문 가능 여부를 타진한 것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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