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중국 허베이(河北)성에 거주하는 류(劉) 여사는 지난해 11월 4S(자동차 판매·부품교체·정비와 점검서비스 제공) 매장에 들렸다가 실제가격보다 저렴한 62만5000위안(약 1억 1087만원)에 외제차를 구입했다. 기분좋게 계약절차를 마무리하자 판매업자는 해당 차량이 지난해 톈진항 폭발사고 훼손차량을 복구한 것으로 필터교체, 도색 등 수리를 했다는 내용이 적힌 '알림문'을 건넸다. 황당한 일이었다.
중국중앙(CC)TV는 류 여사의 사례를 소개하며 지난해 톈진항 폭발사고 당시 파손된 수입차가 부품교체와 정비를 통해 '새 차'로 변신,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고 18일 폭로했다.
CCTV는 한 판매업자가 텐진항 폭발사고로 파손된 지프의 체로키를 50% 할인가격에 판매하고 있는 톈진항 빈하이(瀕海)신구의 한 주차장도 찾았다. CCTV 기자가 해당 차량 구입경로를 묻자 판매업자는 "보험회사를 통해 경매로 30~32만 위안 가격에 샀다"면서 "체로키 뿐 아니라 다수 수입차를 입수해 낙찰가보다 높은 가격에 팔고 있다"고 답했다. 또, "수리된 체로키는 40만 위안(7095만원), 수리 전 차량은 33만 위안에 판매했고 수리 차량임을 공개해도 인기가 높다"며 "매출이 좋은 날은 하루 400대를 팔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수리된 차량은 안전할까. 수리 판매 차량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크라이슬러는 최근 공식 사이트를 통해 "톈진항 사고 당시 크라이슬러 차량 3435대가 피해를 봤고 그 중 2114대는 전소, 1321대는 파손됐다"며 "파손된 차량 1321대는 보험회사에 넘겨졌고 당시 보험회사 측에 수리를 하더라도 안전을 보장할 수 없으니 판매해서는 안된다는 경고를 전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321대의 차량이 경매를 통해 시중에 유통되면서 '시한폭탄' 처럼 거리를 활보하게 된 상황이 유감스럽다는 메시지도 덧붙였다.
크라이슬러 측은 "저렴하다는 이유로 결함이 있는 차량을 구매해서는 안된다"면서 "크라이슬러는 해당 차량에 그 어떤 품질 보증과 애프터서비스도 제공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8월 발생한 톈진항 화학물질 보관창고 폭발사고로 현대, 크라이슬러, 폭스바겐, 르노 등 수입차 브랜드는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수입차의 40%가 톈진항을 거쳤을 정도로 톈진항은 중국 자동차 수입의 대표 관문이기 때문이다.
지난 2월 공개된 톈진항 폭발사고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8월 12일 발생한 폭발로 304채 건축물과 1만2428대의 판매용 차량, 7533개 컨테이너 박스가 훼손돼 약 11억 달러(약 1조2661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 인명피해도 컸다. 총 165명이 사망하고 8명이 실종, 798명이 부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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