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저축은행과 신용협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율이 심상치 않다.
시중은행이 지난해 말부터 대출 요건을 강화한 가운데 높아진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해 대출 수요가 저축은행과 신협 등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현재 저축은행과 신협, 상호금융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252조8561억원(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양도분 미포함)이다. 2월 중 증가 규모는 2조2925억원으로 1월 1조9313억원 대비 18.7%(3612억원) 증가했다.
특히 저축은행과 신협의 가계대출은 최근 들어 줄곧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리 수 이상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저축은행의 경우 지난해 4월부터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의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저축은행의 2월 말 현재 가계대출 잔액은 14조5159억원으로 지난해 2월 10조8344억원보다 34%(3조6815억원) 늘었다.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전년 동월 대비 증가량이 두 자리 수를 기록한 것은 2012년 6월 이후 30개월 만이다. 당시 13.4%의 증가율을 기록한 이후 저축은행 사태의 여파로 매월 감소했으나 2014년 12월 12.0%를 기록한 뒤 매월 급증해 지난해 4월부터는 30% 이상의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신협의 가계대출 역시 2014년 4월부터 10% 초반대의 증가율을 기록하다 올해들어서 20%대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말 현재 신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31조7137억원으로 지난해 2월 25조9081억원보다 22.4%(5조8056억원) 증가했다.
이와 달리 새마을금고와 상호금융의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비교적 작은 편이다. 새마을금고의 경우 지난해 4월 전년 동기 대비 8.7% 증가를 시작으로 매월 한 자리 수 증가율을 보이고 있으며, 상호금융 역시 2012년 6월부터 3~9%대의 증가율을 지속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1금융권의 대출 심사 강화 기조로 인한 풍선효과로 저축은행과 신협의 가계대출 증가가 급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한은이 지난달 발표한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올 2분기 대출태도지수는 –12로 심사 강화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저축은행의 경우 중금리 신용대출, 자산건전선 개선에 따른 대출 여력 확대 등으로 완화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여·수신을 중심으로 한 영업 안정화 등의 영향으로 가계대출이 증가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신협중앙회 관계자는 "대출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하진 않았지만 비과세 혜택으로 인해 수신 규모가 늘고 여러 조합들이 점차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대출 부분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는 가계부채가 보다 악성화됐다는 점에서 심각하다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2금융권 가계대출은 신용등급이 낮고 소득 수준이 낮은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데다 대부분 생계형 대출이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2금융권 대출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극히 작은 데다 주로 생활비 목적으로 이용하는 고객들이 많다"며 "그만큼 서민층 삶이 더 어려워졌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행이 18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 3월 은행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4조9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편제한 2008년 이후 3월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다. 종전 최대 기록은 작년 3월 4조6000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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