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까지 나선 고용부 전시성 행사…기업은 들러리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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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4-1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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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송종호 기자 = 정부가 4월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 고용촉진 방안’을 발표했지만, 정작 우수사례로 발표된 업체는 생색내기용 행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국무총리까지 참가한 정부의 전시성 행사에 애꿏은 기업만 동원된 모양새다.

고용노동부는 19일 서울 남산스퀘어에서 ‘자회사형 장애인표준 사업장 인증식’을 열고, 장애인 직업훈련 인프라 확대 등을 담은 ‘장애인 고용촉진 방안’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황교안 국무총리를 비롯해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 장애인 단체 대표들이 참석했다.

고용부는 이날 ‘장애인 고용촉진 방안’ 중점 추진과제의 하나로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홍보 강화를 꼽았다. 고용부는 제빵업체 ‘예그리나’가 지난 2012년 STX 그룹내 5개 계열사(STX팬오션, STX마린서비스, STX중공업, STX, STX건설)를 중심으로 컨소시엄형 표준사업장의 우수사례라고 소개했다. 예그리나는 장애인 직원 8명을 비롯해 모두 12명의 임직원이 회사를 구성하고 있다.

그러나 고용부가 과거 3~4년전의 사례만을 언급하며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업체의 현재 모습을 담지 않아 생색내기 행정에 그쳤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예그리나는 최대 주주였던 STX팬오션(44.4%)이 지난해 축산업체 하림으로 인수되며 경영상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STX그룹의 해체로, 계열사를 상대로 한 판로가 대부분 끊겼기 때문이다.

예그리나 관계자는 “지금은 그나마 STX엔진과 STX중공업에서 제품을 구입해 주고 있다”며 “자력으로 영업을 해보기도 하지만, 장애인이 만든 먹을거리라는 편견 때문에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장애인고용공단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18일에도 장애인고용공단 경남지사를 찾았다는 그는 “공단 측에 도움을 요청하면 도와준다는 말뿐”이라며 “세부적인 계획이나 지원은 전혀 없이 나몰라라하는 식”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어려움에 빠진 업체를 과거 상황만 추려 국무총리까지 초청한 자리에서 우수사례로 발표한 고용부가 이미지 마케팅에만 치중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현장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고용부, 장애인고용공단 모두 설립 이후 지원이나 관심은 없었다”며 “정부가 실상은 외면한 채 과거 사례만으로 이미지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날 행사에 고용부는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노·사 대표가 참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자리에 참석한 모 업체 대표는 “이날 행사와 관련, 연락조차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과거 설립 당시만 나타내다보니 사례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라며 “이날 표준사업장 노·사대표 초청 명단은 총리실에서 업무를 진행했다”며 책임을 떠넘겼다.

팬오션 관계자는 “예그리나는 STX 그룹의 해체로 계열사를 상대로 한 판로가 대부분 끊긴 후 경영상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며 “2013년 이후 STX의 경영위기와 함께 찾아온 예그리나의 경영위기를 현재까지 팬오션을 포함한 투자자들의 증자로 버텨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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