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슬기 기자 = 총선 후 그 동안 주춤했던 기업 구조조정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은 금융개혁의 혁심 현안으로 꼽히면서도 총선으로 인해 진척이 더뎠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빚이 많은 주채무계열 39개 기업을 발표했다. 채권은행들은 이들 기업에 대해 다음달 말까지 재무구조 및 소속기업체 평가를 진행한다. 아울러 채권은행들은 오는 6월까지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해 만성적인 한계기업이나 경영개선계획을 이행하지 않은 기업을 골라내게 된다.
정부는 새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이 마련된 만큼 올 연말까지를 기업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으로 보고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그 동안 정부는 금융개혁 2단계의 주요 현안으로 기업 구조조정을 꼽고, 이를 통해 은행들이 보유한 부실채권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독려해왔다.
은행들의 부실채권이 향후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은행권 부실채권비율은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1.9%에서 2012년 1.33%로 떨어졌다가 2014년 1.55%, 2015년 1.80%로 다시 상승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우려한 정부가 부실기업에 대한 기업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속도를 내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하지만 총선이 끝난 직후 정부와 금융당국은 그간 제기됐던 지적을 불식시키고자 기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혔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5일 주요 20개국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방문한 미국에서 "공급 과잉업종, 취약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을 더는 미룰 수 없다"며 "제가 직접 챙기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유 장관은 이날 부실이 큰 현대상선의 구조조정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정부가 공식적인 석상에서 기업명을 거론하며 구조조정을 촉구한 것은 이례적이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8일 9개 은행 행장들을 소집해 "대주주의 소극적인 자세와 노조의 집단행동으로 기업 구조조정이 적기를 놓칠 수 있다"며 "채권은행들이 타이밍을 놓치지 말고 원칙에 의거해 과감하고 신속하게 구조조정을 추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때문에 은행들도 기존처럼 손을 놓고만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 특히 총선 직후인 이달부터 대선 국면에 접어들기 전인 연말까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단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와 금융당국이 잇따라 기업 구조조정을 강조하고 나선 상황이라, 이번에 진행되는 대기업 신용위험평가도 상당히 고강도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옥죄기'가 거세지는 만큼 옥석 가리기에 신중해야 할 시기다"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진행된 신용위험평가에서는 11개사가 워크아웃이 필요한 C등급, 8개 회사가 D등급을 받았다. 특히 금융당국이 올해 평가 기준을 강화하면서, 구조조정 대상이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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