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죽은 개는 아무도 걷어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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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4-19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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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부 이정주 기자 

‘죽은 개는 아무도 걷어차지 않는다(No one ever kicks a dead dog)’

자기계발 분야의 아버지라 불리는 데일 카네기의 저서 ‘자기관리론’에 등장하는 말이다. 이 말은 원래 1930년 시카고 대학 총장을 지낸 로버트 허친스의 에피소드에서 비롯됐다. 당시 30살의 나이로 허친스가 총장 자리에 오르자 언론의 비난이 빗발쳤다. 이 말을 들은 허친스의 아버지가 이때 한 발언이다. 해석하자면 누군가에 비난을 받는 것은 그만큼 영향력이 있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세상은 별 볼일 없는 사람에게까지 기를 쓰고 비난해대지 않기 때문이다.

총선 이후 19대 국회도 막을 내리고 있다. 회기 종료를 앞두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 일화에 걸맞은 사람이 한명 떠올랐다. 이번 회기 동안 금융권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의원을 꼽으라면 단연 김기식 더민주 의원일 것이다.
실제로 국회 정무위를 오가며 취재를 하는 동안 필자에게 가장 빈번하게 동향파악(?) 요청이 들어온 대상도 김 의원이었다. 오죽하면 20대 총선을 앞두고 금융당국 관계자들이 제일 궁금했던 사안이 김 의원의 출마 예정지였을까. 결론적으로 서울 강북갑 공천 경쟁에서 탈락한 김 의원은 이번 회기를 끝으로 국회를 떠난다.

김 의원에 대한 항간의 과도한 관심(?)은 김 의원이 19대 국회에서 얼마나 많은 활약을 했는지를 보여준다. 지난해 말까지 여야가 줄다리기를 하던 기업구조조정 촉진법과 대부업법, 자본시장법 등 핵심 법안의 중심에 늘 김 의원이 있었다.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껄끄러운 존재였겠지만 행정부를 견제하는 입법부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한 인물이었다고 본다. 국정감사에서도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 양대 금융당국 수장을 바짝 긴장시킨 것도 김 의원이었다. 국민을 대리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긴장감을 불어넣는, 말 그대로 대의제 본연의 임무를 완수한 것이다.

후문으로는 김 의원의 공천 탈락 이후 가장 기뻐했던 사람은 당내 경쟁 후보가 아니라 금융당국이라는 말까지 들린다. 20대 국회에서는 더 많은 제2, 제3의 김기식이 탄생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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