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최근 국내 주요 은행들이 각종 수수료를 인상하면서도 금액 또는 서비스 별로 세분화하고 있다. 수수료 인상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KEB하나·한국씨티 등 국내 주요 은행들이 수수료 인상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다음 달 13일부터 은행 영업시간 중 자동화기기(CD·ATM)를 통해 타행으로 이체할 경우 수수료를 기존 800원에서 1000원으로 인상하며 영업시간 외에는 900원에서 100원 추가했다.
이에 앞서 신한은행은 오는 25일부터 외화 송금 수수료를 인상하는 한편 체계 역시 변경키로 했다. 기존에는 미화 5000달러 이상을 송금할 경우 일괄적으로 2만원의 수수료를 부과했는데 금액대별로 수수료를 차등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5000~2만 달러를 송금할 경우 수수료가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되지만 2만 달러 이상 시에는 5000원을 내야 한다.
은행들은 순이자마진(NIM) 하락으로 이자수익을 늘리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전체 이익 중 비중이 10%대에 불과한 비이자이익 중 수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수수료 인상에 대한 여론이 매서운 만큼 거래 규모 또는 서비스에 따라 부과하는 수수료를 나누는 방식으로 올리고 있다.
한국씨티은행 역시 그동안 인터넷으로 국제현금(체크)카드를 신청할 경우 무료로 제공했던 것과 달리 2만5000원의 수수료를 받도록 했다. 또 지난 11일부터 수시입출식 상품 등 5개 예금의 약관을 변경해 ATM 출금·이체 수수료 면제 혜택 등을 없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거에는 수수료 체계가 단순했지만 수수료를 올리더라도 고객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현실화하는 작업이라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수수료 체계 개편이 인상 방침을 바탕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더 이상 가격 경쟁이 아닌 서비스 경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은행 고위관계자는 "그동안 금융당국의 압박도 있었지만 다른 은행과의 경쟁 차원에서 수수료를 내리는 등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도 있었다"며 "최근 수수료 체계 개편 과정을 통해 더 이상 가격으로만 경쟁하는 게 아니라 서비스를 보다 차별화하고 그에 따른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식이 전개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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