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기존 금통위원들의 임기가 끝남에 따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 새롭게 합류한 조동철·이일형·고승범·신인석 위원이 21일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이들 앞에 놓인 국내외 경제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미국 금리 인상, 중국 경기 부진 등 대외 불안 요인이 산재해 있고 국내 경제 역시 '저성장 고착화'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때문에 경기 부양을 지원하는 것을 물론 물가·금융시장 안정도 고려해야 하는 균형잡힌 통화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이다.
◆ '저성장 고착화'… 무거워진 금통위 어깨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경제가 장기 저성장 국면에 진입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등 신임 금통위원들이 혼란스러운 경제 상황 속에서 취임했다.
한은은 지난 19일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8%로 내렸다. 앞서 지난 1월 3.2%에서 3.0%로 하향 조정한데 이어 또 다시 낮춰 잡은 것이다. 2011년 3.7%였던 GDP 성장률은 이듬해 2.3%로 급감하더니 이후 2013년 2.9%, 2014년 3.3%, 2015 2.6%에 그치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수출이 계속 부진한 데다 내수 경기 회복 역시 더뎌 향후 전망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3월 수출액 잠정치는 통관 기준 1160억 달러로 작년 같은 때보다 13.1%나 급감했다. 기업과 가계 심리는 국제금융시장 안정 등의 영향으로 다소 개선됐지만 실물 경제 회복으로 이어질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한은이 내년 경제성장률을 3.0%로 전망하고 있지만 과거 경험을 비춰보면 더 낮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한국 경제의 저성장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장기화될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경기 회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통화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한국은행 역할론'에 대한 요구가 나오고 있다.
한은은 4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10개월째 연 1.50% 수준으로 동결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인하 압박이 꾸준히 제기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기준금리를 수차례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경기 회복 효과는 없고 가계부채 급증 등 부작용만 나타나고 있어 신임 금통위원들의 고민을 가중시키고 있는 모습이다.
◆ 신임 금통위원 대다수 국책연구소·정부 출신
다만 신임 금통위원들 대다수가 국책 연구소, 정부 출신으로 친정부 성향을 가졌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경기 부양 지원을 위해 기준금리 인하를 내심 바라고 있는 정부 입장을 반영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조동철 위원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으로 그동안 적극적인 통화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만큼 확실한 '비둘기파(경제성장 중시)'로 분류된다. 고승범 위원도 금융위원회 재직 시절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정책 등을 이끌었고, 신인석 위원도 부진한 성장을 타개하기 위해 부양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은 추천을 받은 이일형 위원의 경우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KIEP) 시절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던 적이 있어 '매파(물가안정 중시)' 성향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열린 취임식에서 조동철 위원은 ""밖에서 보는 것과 안에서 하는 것은 다를 것이므로 한은의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고승범 위원은 "지난 31년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항상 한은이 업무 파트너였다"면서 "어려운 시기에 좋은 통화정책을 수립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신인석 위원도 "자본시장을 거쳐 처음 경제학을 공부할 때 시작했던 통화정책으로 돌아와 고향에 돌아온 느낌"이라며 "훌륭한 분들이 많아 행운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신임 금통위원들은 오는 13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 처음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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