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人100言]서경배 “임직원이 행복해야 최고의 제품이 탄생한다”

한국경제의 기적을 이끌어낸 기업인들의 ‘이 한마디’ (72)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사진=아모레퍼시픽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자연과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로 빚어낸 아름다움의 창조.’  이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추구하는 경영철학이다.

1997년 태평양그룹은 좌초하는 배와 같았다. 1970~1980년대 대부분의 기업들이 그랬듯, 태평양도 사업 다각화에 힘을 쏟다가 총체적 부실에 빠진 것이다. 주력인 화장품 사업은 괜찮았지만 건설, 증권, 패션 등 다른 사업 부문에서 발생한 부채를 상환하기에 바빴다.

그해, 35세의 젊은 나이에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한 서 회장은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던 회사에 대수술을 감행했다. 구조조정과 함께 화장품 한 분야만 ‘깊고 좁게’ 파나가는 전문화를 선택한 것이다.

‘미와 건강’으로 사업 범위를 분명하게 규정하고 관계없는 사업들은 모두 정리한 뒤 서 회장은 2006년 지주회사인 아모레퍼시픽그룹과 사업 회사인 아모레퍼시픽을 분할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이후 회사는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서 회장이 앞장서서 이끈 K-뷰티(K-Beauty)가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으면서 아모레퍼시픽은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확립했다.

현재 K-뷰티는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며 지구촌 곳곳에서 한국의 국가 브랜드를 높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서 회장이 취임한 후 18년 만에 매출 5조원, 시가총액 23조5000억원을 돌파했다. 작년 7월에는 서 회장이 보유한 상장주식의 가치가 12조원을 넘어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제치고 국내 주식부호 1위에 올라섰다.

서 회장의 성공 비결을 꼽으라면 ‘소통’을 들 수 있다.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현장과 거래처, 파트너를 만나는 데 쓴다. 한 달에 3분의 1은 국내 지역사업부, 3분의 1은 상하이, 뉴욕, 파리, 도쿄, 홍콩 등 아모레퍼시픽이 진출한 글로벌 거점을 방문한다. 고객과 브랜드가 만나는 방식은 나라마다 차이가 있어 각 시장에 대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시아가 지닌 미적 가치로 전 세계의 패러다임을 선도하겠다”는 큰 뜻을 갖고 서 회장이 아시아의 명품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사업장을 최대한 아름답게 조성하는 것이었다. 건물 내부 어디서나 자연 채광을 누릴 수 있게 했고 사계절의 변화를 감상할 수 있는 정원도 만들었다.

“독일과 스위스에서는 직원들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도록 사업 공간을 아름답게 만드는 데 애쓰고 있다. 우리도 임직원이 행복해야 최고의 제품이 탄생할 수 있다고 믿는다.”

서 회장은 자율 출퇴근 제도인 ‘ABC 워킹타임’, 영업사원 현장 출퇴근제, 어린이집·여성휴게실 등을 운영해 임직원들이 업무에 즐겁게 몰입하며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효율적인 업무 환경을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

그 결과, 아모레퍼시픽은 2014년 4월 고용노동부가 주최한 ‘제12회 남녀고용평등 강조주간 기념식’에서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적극적인 모범을 보인 우수기업으로 선정돼 대통령표창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이어 같은 해 12월에는 문화여가와 친화적인 업무 환경을 조성한 것을 인정받아 ‘문화여가 친화 기업’으로 선정됐다.

아모레퍼시픽은 임직원들의 행복을 원동력으로 삼아 연 매출 5000억원이 넘는 글로벌 브랜드 10개를 육성, 2020년까지 매출 규모를 11조원으로 성장시킨다는 비전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