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커비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20일(현지시간) 워싱턴의 외신기자센터(FPC)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케리 장관이 리 외무상을 만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으며, 두 사람 간 만남이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확인했다.
커비 대변인은 리 외무상의 뉴욕 방문에 대해서는 "회의 참석 및 협정 서명을 위해 유엔에 오는 것을 막을 법적 근거는 없다"며 "뉴욕 방문의 배경이 뭐냐고 묻는데, 이는 북한이 답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리 외무상은 미국이 공식적으로는 비핵화 없는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나 이란 고위급 등 각종 채널을 통해 간접적으로 대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대화 시도를 통해 북한이 제재 국면을 회피하고 평화협정 논의 등의 주도권을 쥐려는 것인데 좌절되면 5차 핵실험을 강행할 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21일 "리 외무상이 공식 행사 이후에도 추가 일정이 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되고 오는 5월 7차 당대회를 앞둔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미국과 대화를 성사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 문제 전문가들 사이에선 리 외무상이 케리 장관이나 반 총장을 만나 대화를 통한 북핵 해결과 관련한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리 외무상의 방미는 대화의 신호 아니겠느냐"며 "대화 이야기를 꺼냄으로써 국제사회의 제재 국면을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고 대북제재를 위한 국제공조에 균열을 내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행사 내용상 리 외무상이 갈 자리가 아닌데 참석하게 된 것은 북미간에 뉴욕 채널을 통한 사전 움직임의 결과일 수 있다"고 말했다.
리 외무상은 오히려 대화 의사가 없다고 밝힌 미국을 대신해 반기문 사무총장이나 이란 정부 인사들을 만날 가능성도 있다.
리 외무상은 지난행해도 행사 참석차 미국을 방문하면서 이란과 양자접촉을 하기도 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는 소식통의 말을 빌어 "지난 19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이란 외교장관과의 회담과 관련, 이란이 미·북 양국 간 메신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20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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