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기존 정부가 추진하던 각종 경제활성화 정책이 정치권 잡음 탓에 방향타를 놓친 모습이다. 특히 야권이 내건 공약탓에 경제정책의 전체적인 판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까지 이를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정치적인 상황으로 그것마저 진전이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다.
정치권은 여야 할 것없이 경제살리기를 최우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총선이 끝나자 경제정책에 앞서 터져나온 당내 갈등이 더 큰 현안이 되고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놓고 삐걱대고 있다. 총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안은 채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주도하게 된 원유철 원내대표가 불씨가 됐다.
그러나 일부 소장파 의원을 중심으로 원 원내대표의 비대위원장 추대를 반대하는 여론은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지난 17일 사실상 합의추대 형식이라면, 당대표를 수용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당내 반발이 제기됐다. 3당의 지위를 확보한 국민의당도 안철수 대표의 당권이냐, 대권이냐를 놓고 잡음이 나오고 있다.
경제정책과 관련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경제이슈 선점을 위해 산업 구조조정 이슈를 들고 나왔다. 그러자 여당인 새누리당도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주장하는 등 군불떼기가 시작됐다.
산업구조 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정부도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야당과 협의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밝혔지만, 각론에 들어가면 각당별로 주장하는 차이가 커 이를 조정하기에 어려움이 따를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정책도 자칫 정치이슈화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정부가 경제성장률 방어를 위해 내놓을 수 있는 카드인 추가경정예산편성(추경) 역시 추진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재는 추경계획이 없지만 경제에 하방 위험이 있다면 추경뿐 아니라, 다른 수단도 동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하방 위험이 있다해도 추경 편성은 사실상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국회의장 선출 문제를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구도를 형성하는 등 국회가 8월이나 돼야 열릴 것으로 보여 추경을 추진하더라도 집행이 늦어져 경기부양에 대한 명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정부의 고위관계자는 "19대 국회가 끝나고 바로 20대 국회가 개원할 가능성은 적다"라며 "20대 국회가 8월에 개원한다면 추경은 어려울 수 있고, 추경뿐 아니라 경제정책의 전반적인 방향이 수정될 가능성도 염두해야 한다"고 말했다.
총선 이후 재계에 대한 검찰·국세청발 사정(司正)정국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는 점도 경제살리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검찰은 재계 순위 21위인 부영그룹 이중근(75) 회장의 수십억원대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발 수사는 또 다른 대기업 5, 6곳의 오너 비리에 대해서도 향하고 있다. 검찰이 조만간 본격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전해진다.
국세청도 (주)코오롱과 코오롱인더스트리 2곳에 대한 세무조사에 돌입했다. '국세청의 중수부' 역할을 담당하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전격 투입됐다.
재계 안팎에서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민간기업 비리,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의 부정부패, 대형 국책사업 비리 등이 주된 대상이 될 것으로 거론되는 분위기다.
정부는 이런 상황과 관계없이 정해진 경제정책 추진에 매진한다는 입장이다. 다음 주 청년·여성 일자리 대책, 서울시내 면세점 추가 여부, 신산업 지원방안을 발표한다.
청년·여성 일자리 대책은 각 부처에 분산된 일자리 대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비슷한 사업을 통폐합하는 점이 골자다.
서울시내 면세점 추가 역시 정부는 최대 4곳까지 특허를 추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열리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되는 신산업 지원방안은 미래성장동력 산업 중에서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는 산업을 추려 세제 지원, 연구·개발(R&D) 집중 등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 대폭 지원하는 방안이 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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