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은 식민지 시절로 인해 프랑스 식문화가 보편화되어 있는 곳으로, 빵과 커피 문화가 발달해 있다. 때문에 베이커리 사업의 성장이 기대되는 나라다.
CJ푸드빌의 뚜레쥬르는 현지에서 이미 업계 최대 프랜차이즈로 성장했으며, SPC그룹의 파리바게뜨도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베트남 위생국 교육장소 '파리바게뜨'
김정근 베트남 파리바게뜨 기획담당 과장은 지난달 22일 파리바게뜨의 해외 100호점이자 현지 1호점인 호찌민시 까오탕점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베트남에서 파리바게뜨는 국내 파리크라상 이상의 고급 브랜드다.
박종인 법인장은 "현지 경쟁업체들처럼 저렴한 재료를 사용해 가격을 낮추지 않고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 있다"며 "구매력이 높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프리미엄 브랜드로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비록 매출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파리바게뜨 하면 고객들에게 '가격은 조금 비싸도 원료 자체가 다르고 맛이 좋은 빵'이라는 고급 브랜드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까오탕점 인근에는 현지·글로벌 브랜드 베이커리가 밀집해 있다. 매장 바로 옆에는 국내에도 입점해 있는 브래드톡 현지 본사 등 수많은 빵집이 몰려있다. 하지만 까오탕점의 인테리어는 수많은 빵집 중에 유독 인기가 있어 분위기를 즐기려는 연인들이 많이 찾는다.
특히 파리바게뜨는 제품을 현지화 시켜 고객들의 마음을 얻고 있다.
현지화 제품으로는 ‘반미(Banh mi) 샌드위치’가 대표적이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에 유래한 바게트 샌드위치 형태의 음식으로, 구운 고기와 각종 향채(香菜)를 넣어 현지인들이 식사대용으로 즐겨 먹는다.
김정근 과장은 "제품의 90%를 현지에 맞게 개발하고 있다"며 "현지인들을 공략하기 위해 SNS에 시식 후기 등 관련 글이 올라오면 제품 개발에 즉시 반영한다"고 말했다.
또 경쟁업체보다 3배 이상 많은 300여종의 제품을 선보인 결과 베트남인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가장 매출이 많은 제품은 국내에서도 인기인 ‘병 푸딩’이다. 현지에서 맛볼 수 없었던 쇼트케이크, 타르트, 페이스트리 등도 매출이 좋다.
최근에 베트남 최초로 선보인 핫도그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현지에 국내에서 인기인 화이트데이, 밸런타인데이 등 데이 마케팅을 도입하고 있다.
또 음료 개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일 년 내내 무더운 날씨 탓에 딸기와 키위 등의 음료가 인기다. 현지에서는 비싼 과일이기 때문에 경쟁업체들은 이들 재료를 활용한 음료를 팔고 있지 않다.
오석균 제품 개발실 연구원은 "베트남과 한국을 오가며 어떤 음료가 인기를 얻을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리바게뜨는 현지에 브랜드를 정착시켜 가맹 사업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 발레파킹까지…한국 서비스로 베트남 마음 사로잡은 뚜레쥬르
“뚜레쥬르 신짜오.(안녕하세요, 뚜레쥬르입니다.)”
뚜레쥬르 베트남 1호점인 하이바쯩점의 문을 열자 직원들이 큰소리로 이같이 외쳤다.
현재 호찌민 24개, 하노이 7개 등 총 31개 매장을 운영 중인 뚜레쥬르는 베트남 베이커리 시장 1위 업체다.
2007년 6월 베트남에 진출한 뚜레쥬르는 철저한 서비스 마인드로 시장을 공략했다.
베트남 소비재 사업은 철저하게 공급자 위주의 시장으로, 전자제품을 구입한 후 그 자리에서 바로 이상이 발견되어도 구입 금액의 10%를 제외하고 환불해 주는 것이 관행이었다. 손님이 매장에 들어와도 인사하는 경우가 있을 리 만무했다.
이에 뚜레쥬르는 고객 서비스를 최우선으로 도입, 매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인사가 울려 퍼지게 했다.
또 현지인들의 주요 교통수단인 자전거와 오토바이 무료 발레파킹 서비스도 시작했다. 이는 고객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고, 유명 레스토랑 체인과 경쟁업체들도 따라 하기 시작했다. 베트남 최초로 마일리지와 멤버십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특히 뚜레쥬르는 ‘카페형 베이커리’라는 문화를 만들며 성공을 앞당겼다. 처음으로 좌석과 테이블이 있는 카페형 매장을 선보였으며, 고급스러운 매장 인테리어와 편안한 서비스를 바탕으로 인기 있는 데이트 코스로 꼽히고 있다.
하이바쯩점에서 만난 황티훙엔(여.27)은 "베트남 베이커리 보다 뚜레쥬르 제품이 다양하고 맛도 있다"며 "인테리어도 좋아 친구들과 자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뚜레쥬르는 베트남에서 국내의 스타벅스처럼 브랜드 인지도가 높다.
송인혁 CJ푸드빌 베트남 담당은 "스타벅스 텀블러처럼 뚜레쥬르 케이크 박스나 종이봉투 등을 들고 다니며 인증샷을 찍어 SNS에 올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CJ그룹은 뚜레쥬르와 연계해 한국국제협력단(KOICA) 프로그램인 제빵 훈련원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응에안성 한베기술전문학교에 CJ제과제빵학과를 개설해 실습 설비 투자, 강사 양성, 교재 개발 등 운영에 필요한 전반을 지원하고 있다. 학생들은 6개월간 60개 이상의 제과제빵 기술을 습득한다.
2013년 9월 학과 개설 이래 배출한 총 100명의 졸업생 중 95% 이상이 CJ 베이커리나 호텔에 취업하거나 창업 중이다.
CJ푸드빌은 행복베이커리를 오픈해 CJ제과제빵학과가 자력으로 운영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다.
행복베이커리는 CJ제과제빵학과를 졸업한 전문 인력의 취업 등 경제적 자립을 돕는 일자리 역할을 한다. 고가의 재료비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던 CJ제과제빵학과의 운영은 행복베이커리의 수익으로 부담해 지속적으로 자력 운영이 가능하도록 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단순 원조가 아닌 정부와 기술 보유 기업이 함께 핵심기술을 이전함으로써 베트남 지역사회와 함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뜻깊은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