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한낮 광통교 기둥에 울긋불긋 그림 걸었으니 여러 폭 긴 비단 그림은 병풍을 만들었네"
18세기 후반 조선의 선비 강이천(1768-1801)은 '한경사'(漢京詞)에서 광통교 일대에 들어선 그림가게를 보며 이같이 말했다.
청계천의 가장 큰 다리인 광통교 일대는 한양에서도 가장 번화한 곳이었다. 당시 이곳에는 특히 그림가게들이 많았고, 그림을 사고파는 사람들로 성황을 이루었다. 그림 그리는 일을 관장하던 관청 도화서(圖畵署)도 주변에 있었고, 조선말기의 천재화가 장승업도 근처에서 그림을 그려 팔았다고 전해진다.
서울역사박물관(관장 강홍빈)은 오는 7월 3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특별전 '광통교 서화사'전을 개최한다. 서화(書畵)는 그림과 글씨를 합쳐 말하는 것으로, 이번 전시에서는 양반에서부터 서민에 이르기까지 두루 사랑받았던 '그림'들을 통칭하고 있다.
광통교 서화사전은 서화의 ‘생산과 소비’에 초점을 맞춘 최초의 전시라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전시장엔 서화를 생산한 그림가게(서화사), 서화를 소비한 민가와 술집(주사) 등이 재현되어 있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실제 사극영화를 연출한 미술감독이 참여해 마치 200여 년 전 한양의 모습을 실제로 보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정밀하게 복원했다"고 밝혔다.
또한 당시 대중들이 사랑했던 '십장생도'(서울시 유형문화재 제137호)와 '장생도', '요지연도'(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92호)와, '설화도' 등도 선보이며, 운현궁 노락당 보수공사에서 발견된 서화 도배지도 전시되어 당시 서화 소비 양상을 살펴볼 수 있다.
강홍빈 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조선시대 최대 서화시장이었던 광통교 일대가 재조명되고, 서화가 대중화 되어가는 모습을 생생히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전시 관련 자세한 정보는 서울역사박물관 누리집(www.museum.seoul.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의 02-724-0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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