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정국 최대 화두로 부상하면서, 이를 추진할 ‘여야정 협의체’ 구성도 가시화 되고 있다.
국회가 20대 총선을 기점으로 여소야대(與小野大)와 3당 체제로 재편되면서, 정부·여당 또한 더 이상 일방적 정책 집행 대신 야당과의 ‘협치(協治)’가 절실해진 탓이다.
특히 새누리당은 집권여당임에도 20대 국회에서 ‘원내 1당’ 자리를 내주고 경황이 없는 사이 기업 구조조정 이슈를 두 야당에 빼앗겨 체면을 구겼다.
일단 총선 승리로 정국 주도권을 잡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서로 질세라 ‘기업 구조조정’을 화두로 제시하면서 경제정책의 주도권마저 잡았다.
총선 참패 책임 공방으로 혼란했던 새누리당은 두 야당이 경제 이슈를 선점하자 뒤늦게 정신을 차린 듯 부랴부랴 뒷북을 치고 나섰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여야 3당에 ‘민생 6자 회담’을 제안했다. 전날에는 김정훈 정책위의장이 기자간담회를 열어 기업 구조조정 관련 여야정협의체 구성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여야정협의체 구성에 호의적인 반응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당의 만회 전략으로 나온 ‘여야정 협의체’를 두고 각 당의 셈법이 달라 얼마나 성과를 낼 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큰 틀에서의 기업 구조조정을 통한 경기 회생에는 여야 모두 동의하지만, 각론에서는 정당별로 의견 차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협의체를 구성하기 전부터 정부여당과, 두 야당은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여당은 기업 구조조정에 수반되는 고용 문제와 관련, 19대 국회에서 폐기가 유력해진 노동개혁 법안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20대 국회에서 되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두 야당은 실업급여 확대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더민주는 일단 정책 결정권을 쥔 정부가 ‘제대로 된’ 구조조정 청사진을 제시할 것을 주문하면서 실업급여 지급 금액·기간 확대와 전업(轉業) 교육 등 안전망 구축이 전제돼야 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의당은 미시적인 기업 구조조정에 그칠 게 아니라 거시적인 경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구조조정 대상자의 교육·재취업 기회를 확대하고 실업급여 등 금전적 보상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여야정 협의체에서 실제 기업 구조조정 방법론을 논의하기보다, 3자 구도의 주도권 경쟁만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새누리당은 두 야당이 기업 구조조정 문제를 적극적인 것을 두고 총선에 이어 내년 대선까지 염두에 두고 보수층을 끌어안기 위한 ‘정치적 제스처’라는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야권에서도 여소야대로 구성될 20대 국회에서 충분히 관련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데, 굳이 정부·여당이 주도한 법안을 여당이 과반인 19대 국회에서 섣불리 결론 낼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에 따라 ‘기업 구조조정’이란 빅이슈를 논의하는 선에서 경제정당 경쟁만 벌인 뒤 19대 국회를 매듭짓고, 20대 국회에서 진검승부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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